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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뷰⑦] 황유진 "작은 가슴이 왜 부끄럽죠?"


입력 2021.04.22 09:59 수정 2021.04.22 10:0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019년 '너의 목소리가 보여6' 출연

경영학과 졸업 후, 본업은 모델

속옷 중심 리뷰 콘텐츠로 강화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하는 다이어리같은 개념이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운영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몸이 한 번 아픈 후였다. 모델 일이 좋아 한 달에 30일을 촬영하는 일상을 2년 동안 지속했다. 몸의 이상을 느끼며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황유진은 '내 것을 해야겠다'란 생각이 섬광처럼 스쳤다. 그리고 유튜버 황유자가 됐다.


황유진은 '황유자' 채널을 오픈한 후 메이크업, 다이어트, 모델 생활, 브이로그, 속옷 리뷰를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그가 요즘 사활을 걸고 있는 영상은 속옷을 리뷰해주는 '황대리-황유자가 대신 리뷰해드립니다'다.


"이 콘텐츠를 한 취지 자체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에 잘 가지 않게 됐잖아요. 대신 라이브 커머스가 유행하고 있는데, 속옷 리뷰나 마케팅 영상을 보면 자세히 입고 보여주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해보자 싶었죠. 아직은 반응이 미미해요.(웃음)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속옷 브랜드에서는 관심을 가져주고 있어요."


그가 속옷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자신의 작은 가슴 때문이었다. 큰 가슴을 위한 속옷은 많지만, 작은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속옷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A컵을 위한 쇼핑몰은 왜 없을까 생각해봤죠. 하지만 속옷을 콘텐츠로 삼고 싶은데 단순히 쇼핑몰을 차리는 건 제게 너무 쉽고 의미없는 일이라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유튜브를 통해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속옷을 찾으며 그들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싶었어요."


황유진은 조금 더 욕심을 내 직접 속옷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부도 시작했다. 최근에는 직접 만든 속옷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과정은 황유진에게 성취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패턴 뜨는 학원을 다니고 속옷에 대한 원리를 공부하다 보니까 제 머릿 속에서 나온 디자인을 만들 수 있겠단 자신감이 생기면서 신나더라고요. 속옷에 대해 배우니까 시야가 더 넓어지기도 하고요.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해서 작은 가슴도 예쁘게 드러낼 수 있는 속옷을 만들고 싶어요. 가슴이 작은 건 부끄러운게 아니란 생각을 심어주고 싶거든요."


8개 월 동안 유튜브를 운영하며 3만명의 구독자가 생겼고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도 생겼다. '인생의 로또를 무서워한다'는 황유진은 천천히 성장하는 유튜브 속도에 만족하고 있다.


"저는 지금 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반응이 좋으면 저도 신나긴 하지만 반응이 없어도 즐겁게 하려고 해요. 나중에 제가 원하는 걸 이뤘을 때 제 예전 영상을 보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영상들이 '황유자란 사람이 열정적이구나'란 걸 알려줄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하고, 추억이 될 수도 있고요. 구독자나 조회수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고 해요."


눈에 띄는 비주얼을 가진 황유진은 연예인 데뷔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배우라는 직업에는 흥미가 없어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알리는 건 언제나 즐겁다고 말한다. 2019년에는 엠넷 '너의 목소리가 들려6'에 출연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연기를 할 줄 도 모르고 관심이 없어요.(웃음) 하지만 노출을 두려워하진 않아요. '너목보' 촬영을 해보니 제가 방송 체질이더라고요. 하하. 긴장도 안됐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음치로 나갔는데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다보니 저도 즐겁더라고요. 그 때 처음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 신기했어요."


영상 속 황유진은 꾸밈이 없다. 팩을 하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예쁘다는 칭찬을 쑥쓰러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리액션 하며 즐긴다. 속옷 모델을 하면서 무시 받았던 일화를 공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히기도 한다. 정제되지 않은 모습이 그의 최대 강점이다. 그의 영상을 보고 있자면 건강한 에너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모델을 하며 자신의 색깔이 없는 것 같아 고민했던 황유진은 유튜브를 하며 자신이 가야할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모델하면서부터 '색깔찾기'가 숙제였어요. 사람들이 저를 통통튀고 귀엽다고 바라보는데 제가 생각할 때 저는 언제나 중간쯤 되는 평범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구독자 분들이 밝은 제 모습을 칭찬 해주시고, 영상에 반응도 해주면서 '사람들이 나의 이런 모습을 좋아하는구나'를 알아가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굳혀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재 채널을 알리고 싶어요."


그의 최종 목표는 다문화 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학창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자존감이 떨어졌던 그는, 우연치 않은 기회에 다문화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봉사활동을 했고 이로 인해 자신도 가치있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 깨달음을 유튜브를 통해 편견으로 자존감을 잃은 여성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저의 밝은 성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롭게 자란 저의 생존 방법 중 하나였어요. 봉사활동을 통해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란 걸 느끼면서 깨달은게 많아요. 저는 받았던 영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요. 물론 모두에게 닿을 수 없고 제가 전하려는 방식도 차이가 있지만요. 작은 가슴에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가슴이 작아도 사랑스럽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미의 기준은 사회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에 달려있다는 걸 알면 더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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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위 2021.04.22  10:28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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