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유 시장 전체에 대한 거부로 이어질까 ‘전전긍긍’
불매운동 시 업계 1위 이미지 타격 불가피…경쟁사 반사이익 누릴 수도
최근 남양유업 ‘불가리스'가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논란이 일면서 국내 유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보건당국이 해당 발표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불매운동까지 언급되는 등 사태가 악화되면서 자칫 발효유 전체에 대한 소비 감소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불가리스 판매량이 감소할 경우 발효유 시장 순위 변동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3일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는 서울 중림동 엘더블유(LW)컨벤션에서 열린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개의 신장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불가리스가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H1N1)를 99.999%까지 사멸시키고, 원숭이 폐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저감률이 77.8%로 나타났다는 게 연구 결과의 핵심이다.
해당 연구 결과 발표 이후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불가리스가 매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14일 장 초반에는 남양유업 주가가 전일 대비 20%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질병청이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가 아니며, 실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내용으로 반박에 나서면서 주가 하락은 물론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역풍이 불고 있다.
이에 대해 유업계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발효유 판매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업계는 출산율 저하와 작년 코로나19에 따른 초중고 온라인 수업 여파로 전체 우유 소비가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효유 시장은 확대되는 추세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국내 발효유 시장 규모는 5912억4200만원으로 2019년 상반기 5779억3100만원 대비 2.3% 확대됐다.
이와 함께 남양유업이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작년에는 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764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이 86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 불가리스로 상품이 특정됐지만 이번 논란이 발효유 전체로 확산될 경우 판매량 감소 등 부정 이슈가 발생할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경쟁사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번 논란이 불가리스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격화될 경우 경쟁사 제품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남양유업은 국내 발효유 시장 1위 업체다. 작년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1084억800만원으로 빙그레(949억7800만원), 동원F&B(753억6300만원) 등 경쟁사에 비해 앞서고 있다.
이중 불가리스는 마시는 발효유 시장 1위 브랜드로 남양유업 발효유 매출(작년 상반기 481억7700만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