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나랏빚 2000조 문턱인데…혈세 써대는 '정치권' 못말리는 '기재부'


입력 2021.04.07 17:55 수정 2021.04.07 18:29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작년 국가부채 1985조원, GDP 앞지른 규모

정치권, 재정 적자 부추길 선심성 공약 남발

'재정건전성 수호' 사명감 잃어버린 기재부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 주요 인사와 함께 지난 2월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선상 시찰한 후 어업지도선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비는 최대 28조6000억원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뉴시스

국가부채가 1985조원까지 치솟으며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섰다. 올 연말엔 2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갈 전망이다. 경기 부진으로 세수는 줄어드는데 정부가 각종 복지 지출 확대로 씀씀이가 커진 데다 지난해 재난지원금 지급 등 재정 퍼주기까지 겹친 여파다.


긴축재정이 필요하다는 학계 경고가 무색할 정도로 당정은 한통속인 듯 경각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재정 부담을 악화시킬 여지가 있는 선심성 선거공약을 남발하고 있는데 홍남기호(號) 기획재정부는 해외기관이 내놓은 경제지표에 도취해있을 뿐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할 곳간지기 사명을 잃어버린 듯하다.


정부가 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0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198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41조6000억원(13.9%) 증가해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이는 1924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작년 국내총생산(GDP)을 뛰어넘은 규모다.


연금충당부채를 제외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3조7000억원 증가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7%에서 44.0%로 뛰었다.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1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2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직전 해인 2019년 기록한 54조4000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나라 살림이 빚더미에 오르는데 정치권은 오히려 재정 확대 압박에 나서면서 국가 재정건전성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장 박영선 후보의 반값 아파트 공약과 1인당 10만원 보편적 재난위로금, 오세훈 후보의 이자·보증·담보 없는 소상공인 대출 공약 등은 지방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부산시장 후보들의 가덕도 신공항 공약 역시 재정 적자를 부추길 사례다. 가덕도는 지난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하면서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 건설이 예정됐다. 국토교통부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비가 최대 28조6000억원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22조원)보다도 더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셈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모두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시행 의지가 확고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2월 부산 가덕도를 찾아 "신공항 사업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힌 뒤 한일 해저터널 건설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힘

여당이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꺼내 들자 이에 질세라 야당도 한일 해저터널을 소환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2월 부산 가덕도를 찾아 "신공항 사업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힌 뒤 한일 해저터널 건설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놨다. 영국과 프랑스가 도버 해협 터널을 뚫었듯이 우리도 부산과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을 만들자는 것이다.


문제는 최대 100조원 사업비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가철도공단은 "비용 대비 효과 관점에서 위험부담이 높은 프로젝트"라고 분석한 뒤 "100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통행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경 편성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 방역조치에 따라 손실 본 업체에 대한 손실보상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연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하나같이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돼야 할 것들이다. 이미 네 차례 추경예산이 집행된 상황에서 이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둘 경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연내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재정 확장 정책을 심사하고 중심을 잡아야 할 기재부는 한국의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전망한 IMF 등 해외기관 평가에 도취한 채 재정 운용에 고삐를 죄지 않고 있다.


6일 '2020 회계연도 국가결산' 관련 브리핑에서 기재부는 "괜찮다" 이를 넘어 "선진국과 비교해 굉장히 양호하다"는 답변만 열거했다. 2019년 기준 OECD 37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65.8%로 한국(41.9%)은 평균 대비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이 비기축통화국이라는데 함정이 있다. 미국, 일본 같은 기축통화국은 자국 통화로 채권을 발행하면 자국 내 수요 기반이 탄탄한 데다 전 세계가 채권을 사주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내도 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 반면 비기축통과국들은 여건이 나빠지면 환율과 수출이 크게 흔들리고 경상수지 적자 위험이 커진다. 바기축통화국들이 정부부채 비율을 낮게 유지하려고 몸부림을 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 채무비율은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비기축통화국의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41.8%로 한국은 평균을 오히려 상회한다. 역으로 미국·일본·영국·캐나다 등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23개국의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80.4%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가채무와 총지출이 매년 기재부가 내놓는 중기재정운용계획 상 목표치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리재정수지도 당초 계획보다 훨씬 악화됐는데 무엇이 양호하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안 돼 있는 상태에서 단순히 국가채무비율만을 가지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건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기사 모아 보기 >
0
0
유준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