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금융" vs "과당 실적 경쟁"
금융위 오는 14일 재연장 여부 결정
서비스 중단시 10만 가입자 피해 우려
'1호 혁신금융서비스' 국민은행 알뜰폰(MVNO·가상이동통신사업자) '리브엠' 사업이 2년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리브엠이 올해 4월 종료되는 가운데 재허가 신청을 하면 추가 2년간 더 사업을 할 수 있는데, 국민은행 노사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며 좌초될 위기에 빠진 것이다. 서비스 중단시 약 10만 가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리브엠이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4일 규제특례(혁신 금융서비스) 2주년 성과 발표와 해당 기한 2년이 끝나는 업체를 대상으로 연장 여부 심사를 발표한다. 금융위는 특례조건과 공익성 등을 고려해 최대 2년 더 사업을 연장해준다는 방침이다.
앞서 리브엠은 2019년 4월 국내 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됐다. KB국민은행은 같은해 12월 본격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서비스 기한 마감일은 오는 16일이다. 회사는 지난 1월 사업연장신청을 한 상황이다.
당초 은행은 고유업무와 관련 없는 통신사업을 할 수 없으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정부가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게 해준 것이다. 사업시행 2년 후 심사를 통해 추가로 2년간 특례를 더 연장해주는 방식이다. KB국민은행이 규제 특례 연장을 받지 못하면 리브엠 사업은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리브엠은 기대만큼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서비스 출범 초기 KB국민은행은 100만 가입자를 목표로 잡았으나, 치열한 통신시장의 경쟁속에서 9만5000명(3월 말 기준)의 가입자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같은 성과 속에 리브엠 사업을 이어갈 것인지를 두고 현재 국민은행 노사는 갈등을 빚고 있다. 사측은 리브엠 가입자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알뜰폰 시장의 성장과 소비자 편익에 기여했다며 재허가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사용실적에 따라 최대 2만원을 할인, 월 2만원대에 데이터 11GB를 제공하는 LTE요금제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오는 5월에는 5G 상용화 2주년 방침에 맞춰 월 1만6500원~3만9000원 수준의 5G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공격적으로 알뜰폰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중이다.
반면 노조는 회사가 가입자 확대를 위해 리브엠 판매를 추진했으나, 직원들에게 과도한 업무 및 실적경쟁을 부추기고 그 성과도 미미했다는 설명이다. 노조 측은 “지난 2년간 은행측이 과당실적 경쟁으로 ▲판매 채널(일선 영업점) 확대 ▲영업점 성과 평가(KPI) ▲실적 할당과 실적표 게시 및 포상(리워드)을 통한 직원간 실적 경쟁 유도 ▲지역별 영업그룹장 인사평가 등 부가조건을 위반해 왔다”고 지적했다. 재연장을 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국민은행 사측은 노조와의 협상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양측의 입장차는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고심하고 있다. 금융위는 기한 전까지 혁심위에서 관련 논의를 계속해나가고, 노사가 원만한 합의를 이뤘으면 한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노조의 의견을 적극 참고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리브엠의 업계 평가는 긍정적이다. 민관 첫번째 혁신금융서비스라는 상징성과 다양한 상품으로 알뜰폰 시장 성장에 기여했다는 점은 인정받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김남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지난 1일 브리핑을 통해 “국민은행이 5G 및 군인 요금제를 출시하고 알뜰폰스퀘어 설치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금융위에 리브엠을 계속 서비스해달라고 공식 요청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노사 갈등보다 약 10만명의 가입자의 편익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비스가 중단되면 다른 알뜰폰 사업자로 이관되는데, 이후에는 리브엠 가입자가 은행거래 실적에 기반한 할인혜택 등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취약계층이나 어르신 등 알뜰폰 소비자들의 특성을 감안할때 1만~2만원에 달하는 할인혜택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서비스 중단 자체만으로 소비자의 신뢰도 추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국민은행은 리브엠 서비스 중단 시 현재 망을 빌려쓰는 LG유플러스 등에 가입자 승계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등과의 금융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통적인 고유 업무만 가지고는 더 이상 경쟁력을 찾을 수 없다”며 “혁신금융서비스를 생존을 위한 다각화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