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우유 판매 의존도 줄이기에 ‘속도’
건강기능식품·가정간편식 등 신사업 개척
코로나 사태로 절실…소비자 접점 넓히고 나서
유(乳)업계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국내 우유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우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原乳) 가격 인상까지 앞두고 있어서다. 유제품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지면서 소비자 외면에 대한 우려까지 겹쳤다.
업계는 불황 탈피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령층을 확대한 기능성 제품 출시와 함께 가정간편식(HMR) 개발과 같은 소비자 접점 넓히기가 대표적이다. 유업계의 사업 다각화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 사태와 만나 더욱 절실해졌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업계의 위기감은 매년 커지고 있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를 비롯해 FTA 체결의 영향이 컸다.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등 낙농 선진국들의 값싸고 품질 좋은 유가공품과 경쟁하게 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맞물렸다. 보통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은 방학 기간인 1~2월과 7~8월을 제외하고 연중 8개월 동안 일평균 200ml 팩우유 기준 50~60만팩을 전국 초등학교에 공급하는데, 마이너스 공백이 컸다.
올해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기존 급식용 우유 물량 대비 30%, 남양유업은 25% 안팎까지 납품률이 떨어졌다. 부분 개학으로 학교들의 재적 인원이 균일하지 않은 데다, 각 학교마다 등교 기준도 제각각이라 급식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급기야 오는 8월 원유값 인상도 앞두고 있다. 낙농가의 생산비를 원유가격에 탄력적으로 반영해 농가를 보호하고 유가공업체와의 갈등을 줄이자는 취지로 매년 가격 조정을 한다. 하지만 우유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흰 우유 소비 감소 추세에 대비해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건기식)과 가정간편식(HMR) 등 신사업을 강화하면서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체질개선에 나선 결과다.
실제로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7% 증가한 1조7548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6.25% 늘어난 595억원을 기록했다. 83년 조합 역사상 최대 실적이다. 유업계 2위 매일유업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9% 늘어났다. 1조4621억원으로 추정된다.
서울우유는 흰우유 소비 활성화 전략과 함께 안정적 포트폴리오 구축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신규 수익창출을 위해 성장세가 높은 디저트 시장 공략을 위해 가정용 아이스크림 등 관련 제품을 출시하거나, 자사 제품을 활용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나100% 제품을 앞세워 마트와 온라인 채널 마케팅을 통해 학교급식에서 빠진 매출의 간극을 메우고, 트렌드한 가공유 제품으로 MZ세대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아침에스프와 우유죽 등 HRM제품 개발을 통한 분위기 전환도 이어가는 중이다.
매일유업은 메인 제품 강화에 힘쓰고 있다. 컵커피 1위인 ‘바리스타룰스’는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와 민트라임 라떼 등의 신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이와 함께 국내 프로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셀렉스’ 브랜드는 밀크 프로틴바, 코어프로틴, 식이섬유가 든 셀렉스, 피부 관리에 좋은 밀크세라마이드 등으로 확장하면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또 우유 품목에서 벗어나 HMR 등 다양한 상품으로 라인업도 강화하는 추세다. 매일유업은 HMR 브랜드 ‘상하키친’으로 파스타 소스, 스프, 카레 등 여러 제품을 선보이며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남양유업도 신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불가리스 등 발효유 기술의 강점을 내세워 건기식 시장에 도전했다. 이너케어 건강제품 ‘포스트바이오틱스 이너케어’를 시작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군으로 넓혀 나갈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유아식품 제조 노하우를 살려 업계 처음으로 신선이유식 정기구독 서비스 ‘케어비(CareB)’도 선보였다. 올해는 기존의 이유식과 영양반찬뿐만 아니라 밥·국 등 영유아 전용 신제품을 추가 출시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출산으로 우유 주 소비층이 감소함에 따라 다양한 신제품과 사업영역 확장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로 매출확대를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