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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美 에볼루스에 290억원 통 큰 지원…왜?


입력 2021.03.25 15:29 수정 2021.03.25 16:20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미 파트너사에 영업비용 지원

적자 늪 빠진 회사 돕고 글로벌 진출 불확실성 해소

업계 "메디톡스·애브비에 줄 합의금 대신 내주는 격"

대웅제약이 자사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미국 현지에서 판매·유통하는 에볼루스에 지원금 2550만 달러(약 290억원)와 함께 일정 기간 나보타 판매량에 비례해 추가 지원금을 주기로 합의했다. ⓒ대웅제약

대웅제약이 자사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미국 현지에서 판매·유통하는 에볼루스에 지원금 2550만 달러(약 290억원)와 함께 일정 기간 나보타 판매량에 비례해 추가 지원금을 주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에 나보타 판매로 지급해야 할 단계별 기술 이전료(마일스톤)를 최대 1050만 달러(약 120억원)까지 지불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이 이번 지원을 통해 에볼루스가 부담해야 할 보톡스 소송전 관련 합의금 일부를 대신 부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이 에볼루스에 자금 지원하게 된 배경은?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말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보톡스 균주를 도용한 것으로 판결하고 21개월간 미국 수입을 금지했다. 이후 에볼루스는 메디톡스·애브비에 합의금 총 3500만 달러(약 400억원)와 미국 내 보톡스 판매분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삼자 합의했다.


해당 합의로 메디톡스는 미국에서 ITC의 판매금지 기간(2021년 12월16일~2022년 9월16일) 에볼루스의 나보타 판매에 대한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나보타의 로열티는 애브비와 나눠 갖지만, 미국 외 지역의 나보타 로열티는 메디톡스만 받게 된다.


2022년 9월 이후부터 10년 동안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판매에 대한 한 자릿수 로열티를 메디톡스에게만 지급한다.


이외에도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보통주 신주 676만2652주를 헐값인 액면가 금액 67.62달러(7만5000원, 주당 0.00001달러)에 받았다. 이 지분은 에볼루스 발행 주식의 16.7%로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자 합의는 에볼루스가 만성 적자에 빠진 데다 미국 내에서 주주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는 등 사면초가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대웅제약이 에볼루스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웅제약은 에볼루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을 때 고의적인 위법 행위나 중대한 과실, 태만 행위가 있을 경우 에볼루스에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웅제약이 에볼루스의 손해를 일부 보전해 주고자 일종의 지원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웅제약이 자금 지원을 하는 대신 에볼루스는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 24일 발표된 대웅제약과 에볼루스의 합의 내용에는 향후 ITC 판결과 메디톡스와의 소송 등에 대한 손해배상 등을 면책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제품 사진. ⓒ대웅제약
메디톡스가 2대 주주, 대웅제약이 3대 주주


대웅제약은 자금 지원과 함께 4000만 달러 규모 에볼루스 전환사채(CB)를 보통주로 전환해 에볼루스 3대 주주(지분율 7.2%)가 됐다.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에볼루스에 상환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이로 인해 에볼루스의 2대 주주이자 분쟁 당사자인 메디톡스와 어색한 '한 지붕 두 가족'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에볼루스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대신 글로벌 판매를 촉진하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번 합의로 해외에서의 분쟁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결과적으론 메디톡스가 웃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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