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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국토부 고위 공직자가 인증한 ‘강남 똘똘한 한 채’


입력 2021.03.26 05:00 수정 2021.03.25 22:21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다주택 처분 고위 공직자들, 최후의 1주택 ‘강남 3구’ 집중

“강남 집값 잡는 정책 펼치는 것 아니었나? 솔선수범 해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과 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비롯한 투기세력을 겨냥해 강남 집값을 잡는다는 목적으로 25번에 이르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세금·대출 규제 등을 강화하며 수요자들이 강남권에 집을 마련·보유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 고위 공직자들은 최후의 1주택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남기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26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공직자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장관과 1·2차관 모두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변창흠 장관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현대오페라하우스 아파트(129.73㎡)를 소유하고 있다. 신고된 공시가격은 6억5300만원이지만, 업계에서는 변 장관 주택 공시가격이 인근 다른 주택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지적한다.


다주택자였던 윤성원 1차관과 손명수 2차관은 세종집을 팔고 강남집을 남겼다. 공무원 특혜라고 할 수 있는 세종특별공급의 취지가 무색하게 시세차익만 거뒀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세종 공직자들이 실거주 목적의 주택이 아닌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는 것은 국민에게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잃게 한다”며 “특히 공직자들이 세종집을 처분하는 것은 세종특별공급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윤 1차관은 지난해 7월 세종 소담동 새샘마을6단지(59.97㎡)를 팔고 배우자와 공동소유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경남논현(83.72㎡)을 남겼다. 공시가격은 6억5300만원, 시세는 13억원 전후로 형성됐다.


손 2차관도 세종 반곡동 수루배마을1단지(84.45㎡)를 처분하고 서울 송파구 오금동 현대2-4차(84.98㎡)를 선택했다. 공시가격은 9억1700만원이며 시세는 17억원대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세종 도담동 도램마을10단지(84.76㎡)를 처분하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60.76㎡)만을 남겼다.


황성규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 상임위원은 세종시 도담동 도램마을15단지(84.99㎡)를 팔고,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임광아파트(136.38㎡)를 보유했다.


이 밖에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84.87㎡)만 남기고 세종시 아파트(84.00㎡)를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강남지역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정책의 또 다른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 고위 공직자들 역시 강남 아파트 보유자들이 여럿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공시가격은 12억5300만원의 서초구 서초래미안아파트(145.2㎡)를 배우자와 공동 보유하고 있다. 강승준 재정관리관은 공시가격 17억5600만원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135㎡)를 신고했다.


안도걸 예산실장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84㎡)를, 임재현 세제실장은 서초동 현대슈퍼빌(185㎡)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결국 고위 공직자들이 강남집이 최고라는 것을 인증한 꼴이 아니냐”며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공직자들이 단지 강남 아파트를 보유해서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강남 아파트를 사면 마치 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몰아가는 정책을 펼치면서 자기네들은 지키고 있으니 우스운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시에 거주하며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다는 20대 B씨도 “집값이 상상 이상으로 올라 평생 일해도 서울에 집을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박탈감이 가장 크다”며 “솔선수범 해야 할 공직자들부터 강남 집을 놓지 못하는데, 어떻게 강남 집값을 잡겠냐”고 꼬집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3㎡당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800만원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3.3㎡당 3000만원 넘게 올랐다.


지난 24일 부동산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을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3.3㎡당 2326만원에서 지난달 4194만원으로 1868만원 올랐다. 상승률은 80.3%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강남구로, 3.3㎡당 평균 4397만원에서 7492만원으로 4년여만에 3095만원(70.4%) 상승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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