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투표 기권하면 민의가 왜곡될 수 있어


입력 2021.03.25 05:00 수정 2021.03.23 16:24        데스크 (desk@dailian.co.kr)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전임 시장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초래

투표율 낮아지면 충성도 높은 조직 가진 정당이나 후보자 승리 가능성 커

마음에 쏙 드는 후보가 없더라도 조금은 더 나은, 결함 덜한 후보 골라야

4·7 재·보궐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모전교~광통교 구간에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아름다운 선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오늘부터 4.7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전국적으로는 21곳에서 치러지지만, 정치권이나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이 두 곳의 보궐선거는 전임 시장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초래된 것이다. 당시 민주당의 당헌에서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한 경우에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궐선거 사유가 발생하자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추가하고, 이를 근거로 후보를 공천했다. 이를 비판하는 견해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여당에서 양대 시장선거를 포기하라는 요구 자체가 무리다. 그보다는 정치개혁을 표방하며 지키지도 못할 것이 뻔한 당헌을 만들어 국민을 호도한 것이 비판 받아야 할 것이다.


이번 양대 시장 보궐선거는 차기 대통령선거를 불과 11개월 남겨 놓은 시점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대선 전초전적 성격이 짙다. 승리한 정당이 대선에 유리한 환경을 선점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향후 국정운영의 기조와 정치 지형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주요 정당들이 사활을 걸고 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지금까지 벌어지는 선거상황을 보면 정책은 뒷전이고 각종 의혹이 난무하고, 비난하기 급급하다. 서로 약점을 들춰내 상대 후보나 정당이 더 나쁘다고 유권자들에게 고자질하느라 혈안이 되어있다.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은 일반적으로 총선거나 동시지방선거 보다 낮다.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재·보궐선거일이 공휴일이 아닌 까닭도 있겠지만 유권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2011년에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투표율도 그 1년 전에 실시된 제5회 동시지방선거의 53.9%나 2014년에 실시된 제6회 동시지방선거의 58.6%보다 낮은 48.6%였다. 이런 재·보궐선거의 특성에 더하여 이전투구 양상이 격화된다면 유권자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중립적이거나 소극적 지지자들이 정치에 회의를 느껴 기권할 수도 있다.


그 결과 투표율이 낮아지면 전체 유권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충성도가 높은 조직을 가진 정당이나 후보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선출된 공직자는 대표성도 취약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이나 계층만을 의식하는 정치를 할 우려가 있다.


최근에 일어난 몇몇 사건은 선거가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LH 사건이 그렇다. LH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치솟자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하자, 특검을 하자, 국정조사를 하자는 등 온갖 대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관련 법률안만 해도 우후죽순 격으로 발의되고 있다. 목전의 선거가 아니었어도 이랬을 지 의심스럽다.


박원순 전시장의 성추행 사건도 그렇다. 민주당에서는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하여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왔다. 급기야 피해자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제야 민주당에서는 사과에 나섰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 불러야 한다고 했던 민주당 여성의원들도 결국 사과하고 박영선 후보 캠프에서 사퇴하였다. 선거가 임박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유야무야 뭉개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투표할 때만 자유롭다. 국회의원이 선출되면 국민은 다시 노예로 전락한다.”라고 한 장 자크 루소(J. J. Rousseau)의 말은 약 260년이 지난 오늘 날에도 우리 정치 현실에 시사하는 바 크다. 선거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행사다. 선거가 끝나면 또다시 허울뿐인 주인이 될 지라도 선거 때 만은 정치인들이 두려워하는 매서운 주인이 되어야 한다. ‘찍을 만한 후보가 없다’고 한탄하는 유권자들도 많다. ‘선거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마음에 쏙 드는 후보가 없더라도 조금은 더 나은, 결함이 덜한 후보를 고를 수는 있을 것이다.


근로자의 투표시간은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선거일인 4월 7일 출근하면서 투표할 수도 있고, 조금 일찍 퇴근하여 투표할 수도 있다. 그것이 어렵다면 4월 2일이나 3일에 신분증을 지참하고 가까운 사전투표소에 가서 투표해도 된다. 정치권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오만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그 정도의 수고는 기꺼이 감수해야 되리라 믿는다.


글/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