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제도 법안 처리 놓고 내달 공청회...벤처업계 법안 통과 촉구
제도 도입시 벤처기업 상장 촉진...경영권 확보 및 대규모 자금조달 가능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 야놀자가 국내와 해외 상장을 동시에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복수의결권' 제도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금지된 복수의결권 제도 때문에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증시 이탈 러시 가능성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스타트업계는 비상장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요구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복수의결권 도입으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고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해져 성장동력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최근 쟁점 법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있는데 현재로선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국회에서는 내달 13일께 공청회를 열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법안 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복수의결권이 최근 화두에 오르게 된 배경에는 쿠팡에 이은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줄줄이 해외 상장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국내 증시는 1주에 2개의 의결권 확보가 가능한 복수의결권 제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이 이같은 논란의 촉매제로 작용했다고 벤처업계는 보고 있다. 복수의결권 제도는 주식시장에서의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면서도 창업자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반드시 도입해야하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복수의결권 쟁점의 도화선이 됐던 쿠팡이 단순히 복수의결권 금지 때문에 뉴욕증시를 선택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 규모를 보더라도 한국보다 미국 시장에서의 자금조달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해외 상장을 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복수의결권이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쿠팡을 비롯한 벤처회사들이 국내 상장을 하지 않는 것은 경영권 위협 때문이라기 보다 국내 증시보다 미국에서의 자금조달 규모가 훨씬 클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복수의결권 도입 여부가 벤처의 성장을 막는 요인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국내 증시와 뉴욕증시만 보더라도 평균 밸류에이션 격차가 크다"며 "쿠팡이 해외 상장을 고려한 이유도 자금조달 문제가 가장 컸고 복수의결권 제도가 플러스 알파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국내 벤처기업의 상장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복수의결권 도입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규모 자금조달을 하면서도 창업주와 경영진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벤처기업들의 상장을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수의결권 제도는 이미 해외에서도 점점 보편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이나 유럽 뿐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 등 아시아국가 들도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해외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성급한 도입은 지양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복수의결권이 경영권 보호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자칫 기존 경영진의 사익 추구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복수의결권은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악용가능성도 있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소액주주의 권리도 함께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