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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드라마 속 선 넘은 中 제품 PPL


입력 2021.03.19 08:37 수정 2021.03.19 09:1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송중기 책임론까지 번져…방송 관계자 "배우 잘못 아냐"

"문화 저해하는 무분별한 PPL 고민 필요"

"PPL(Product Placement)은 드라마 주제와 이미지에 저해되지 않고, 광고주에게도 피해주지 않도록 하는 것에서 능력이 보인다. 이번 '빈센조' 중국산 비빔밥 홍보는 우리 문화를 가볍게 여긴 처사다. 동정의 여지가 없다"


tvN '빈센조'가 중국 즈하이궈 비빔밥을 PPL로 활용한 것에 대한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의 말이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아 잘 나가던 '빈센조'는 한국의 비빔밥을 중국 브랜드 제품으로 등장시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현재 김치, 한복, 아리랑 등 우리나라 문화가 자신의 것이라는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예민한 시기에 중국 제품의 비빔밥은 거부감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넷플릭스로 전세계에 방송되고 있는 '빈센조'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이 비빔밥을 오인할 수 있는 우려도 당연히 제기됐다.


PPL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의도적으로 제품이나 브랜드를 노출시켜 인지도 상승을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거대 자본으로 만들어지는 드라마 시장 구조상, 제작지원을 받고 PPL을 하는 건 필수 비지니스다. 자본 투입은 드라마 환경을 개선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순작용을 하기도 한다. '빈센조'가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건 단순히 중국 기업 PPL을 사용해서가 아닌, 한국의 음식인 비빔밥을 중국 음식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드라마 속에 중국 자본이 투입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앞서 '여신강림'도 즈하이궈 제품의 인스턴트 훠거, 버스정류장에 중국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 로고를 노출했다. 또 '사랑의 불시착'에서 리정혁(현빈 분)이 잡고 있는 백화점 문 옆에 징둥닷컴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알함브라의 궁전'에서도 가상게임 중 적을 피해 명동 옷가게 탈의실로 몸을 숨기는 과정에서 징둥닷컴 포스터가 벽에 걸려 있었다. '도깨비'에서는 중국 브랜드 RIO 칵테일이 등장했다.


다른 작품들은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등장했기 때문에 잡음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여신강림'은 잦은 노출과 흐름에 어울리지 않는 PPL로 지적을 받았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왜 드라마에 투자를 하겠나. 예로 10억 넣고 광고해서 그보다 더 많은 액수를 벌어들이려는 것 아니겠나. 투자를 했다고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기보단 윈윈전략으로 갈 수 있게 생각했어야 한다. 드라마가 한 번 방영하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꾸준히 회자되고 세계에서도 보고 있는데, 자존심 없이 주체성을 훼손해야했는지 의문이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한편 '빈센조' PPL 불똥이 배우 송중기에게까지 튀었다. 일부에서 주연배우들의 협조가 있어야만 PPL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과 송중기가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는 억측이라는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한류스타와 작업한 적이 있는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배우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비겁한 행위다. 배우들 계약서에 제작사가 정한 PPL을 적극적으로 촬영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대부분 배우들은 자신이 출연료를 많이 받는만큼 열심히 이행하려고 한다. 만약 PPL 판단까지 배우에게 맡길 거라면 제작사와 방송사는 왜 있나"라고 송중기의 책임론은 억지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tvN은 즈하이궈와 잔여분 PPL 취소논의에 들어갔다는 보도에 "확인 중"이라고 전한 후 묵묵부답이다.


이 제작사 대표는 "'빈센조' 사태가 자체적으로 PPL을 무분별하게 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하는 사례가 될 거다. 우리만 해도 이 문제를 보고 다시 한 번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중국이 손을 뻗은 드라마들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 OTT 아이치이가 제작하는 tvN '간 떨어지는 동거', 아이치이가 판권을 산 '지리산' 등이다. 우리 문화를 가볍게 여긴 '빈센조' PPL 논란이 대기하고 있는 드라마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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