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임상 3상 완주해 치료효과 입증할 것"
국산 2호 치료약 후보로 GC녹십자·대웅제약 등 주목
'국산 2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유력했던 종근당의 나파벨탄이 조건부 허가를 받는 데 실패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검증자문단)의 자문회의 결과 나파벨탄이 코로나19 치료에 유효하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17일 밝혔다.
자문단은 "제출된 2상 임상시험 결과만으로는 이 약의 치료효과를 인정하기 충분하지 않다"며 "코로나 치료에 관한 신청 효능·효과 추가를 위해선 치료 효과를 확증할 수 있는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식약처는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을 위해 정식 허가 전 검증자문단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 최종점검위원회에 이르는 3중 검증 과정을 밟고 있다.
이중 첫 번째 단계인 검증자문단의 검증 관문을 넘지 못하면서 나파벨탄의 허가는 무산됐다. 다음 단계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도 열리지 않는다.
검증 자문단은 나파벨탄이 '임상적 개선까지의 시간'에 대해 시험군과 대조군이 차이를 나타내지 않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종근당이 제출한 임상 자료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진행한 임상 2상 데이터다.
러시아의 임상시험기관 13곳에서 환자 104명에게 공개·무작위배정 방식으로 코로나19 표준치료를 받는 환자군(대조군, 51명)과 표준치료와 시험약을 함께 투여하는 환자군(시험군, 53명)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했다.
해당 임상에서 나파벨탄을 시험군에 10일간 투여했으며 임상적 개선까지 소요된 시간에 대해 시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해 평가했다.
그 결과 유효성 주평가지표인 임상적 개선 시간은 시험군(52명)과 대조군(50명) 모두 11일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추가적으로 평가한 바이러스 검사결과가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되는 시간(바이러스 음전소요시간)도 시험군과 대조군 모두 4일로 같았다.
종근당 "다국가 글로벌 임상 신속히 추진해 효능 입증"
앞서 종근당은 러시아에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조기 경고 점수(National Early Warning Score)가 7점 이상인 고위험군 36명의 결과를 분석, 통계적 유의성 지표(p-value)가 0.012로 입증 목표인 0.05 이하에 확실하게 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기 경고 점수는 호흡수, 산소포화도, 보조산소, 체온, 혈압, 심박수, 의식 수준 등을 평가하는 지표다.
특히 코로나19 증상 악화로 인한 사망 사례가 표준치료군에서 4건 발생한 데 비해 나파벨탄 투약군에서는 발생하지 않아 고위험군 환자의 사망을 막아주는 약제로서 나파벨탄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문단은 이것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자문단은 "임상 디자인이 공개 임상시험으로서 객관성과 신뢰성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종근당은 임상 3상 시험을 빠르게 진행해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고위험군 환자에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인 만큼 의료 현장에 빨리 투입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면서 "현재 식약처에 국내 임상 3상 계획서를 제출한 상태이고,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환자 수가 많은 해외에서도 임상을 동시에 진행해 효능을 입증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종근당이 2호 치료제 후보에서 멀어지면서 녹십자, 대웅제약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GC녹십자는 혈장치료제 'GC5131A'의 임상 2상을 마무리하고 현재 데이터를 정리하는 중이다. 이르면 다음 달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호이스타정을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현재 임상 2/3상 단계이며, 호이스타정의 코로나19 예방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3상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