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결집' 기대 있지만…'역효과' 우려 커
"왜 하필 지금" "대변인 통했어야" 아쉬움도
박영선 후보 사저 언급 자제, 오세훈 공격만
궁지에 몰린 與, 전수조사·특검 다 찔러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사저 논란 등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접 입장을 표명했다.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의식적으로 거리를 둬야 함에도 "선거 시기"라는 점을 굳이 언급하며 선거판에 등장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권의 한 전략통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LH 사태에도 불구하고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도 "민주당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가 민주당을 찍어야 할 이유를 주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분노는 지지층 결집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 2016년 20대 총선부터 19대 대선, 7회 지방선거, 지난해 21대 총선까지 '문재인 수호'와 '문재인 정권 성공'은 민주당에게 필승 카드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번 분노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은 의외로 뜨뜻미지근하다. 허영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사저 부지에 대한 해명은 더 이상 덧붙일 것도 없이 완결된 사안"이라며 "(노무현 정부 당시) 아방궁 사저 논란이 희대의 촌극으로 기억되고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는 정도였다. 문 대통령을 공격하면 즉각 단일대오로 반격을 가했던 과거와는 온도 차가 분명하다.
점잖게 대응할 정도로 야권의 공세 강도가 약한 수준은 결코 아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감정조절 장애에 걸린 대통령"이라고 했고, 하태경 의원은 "자제력 잃은 대통령이 안타깝다"고 비난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본인 소유 부지에 대한 원색적인 분노 표출"이라고 평가했고, 김재원 전 의원은 "문준용 씨가 버르장머리 없는 이유"라고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그 지겨운 위선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느냐"고 질타했다.
물론 청와대 출신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저열하기 그지 없다"고 반발했고, 김남국 의원도 "선동꾼들이 정치판에 좀비처럼 살아있다"며 맞대응했지만 산발적인 모습이었다. 이낙연 선대위원장이나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 등 지도부 인사들은 말이 없었고,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사저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측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가족의 내곡동 보상 의혹에 공세를 펼쳤을 뿐, 문 대통령 사저 논란에는 참전하지 않았다.
민주당 내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분노가 큰 상황에서 문 대통령 사저 논란이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제기한 의혹이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대통령이 저렇게 분노하셨겠느냐"면서도 "왜 하필 지금이었는지, 또 대변인을 통한 정제된 방식이 아니었는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민주당은 소속의원 6명 본인 혹은 가족의 투기 의혹이 잇따라 터지며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양이원영·양향자·김경만 의원에 이어 12일에는 서영석·김주영·윤재갑 의원이 신도시 인근에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기획부동산의 이른바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한 것이어서 투기 논란을 피해 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를 추진하는 한편,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제안한 특검 등 돌파구를 고심 중이다. 이와 별개로 대구시 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대구 LH 5개 지구 사업 투기 의혹 관련 선출직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당 소속의원들의 투기 의혹이 잇따라 불거진 상황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부동산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분을 느끼는 사안"이라며 "LH 직원들의 투기 사태로 민심이 폭발 직전인데, 민주당이 어떤 수를 내놓더라도 국민들을 설득하거나 논란을 가라 앉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