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신속' 공급 통한 시장 안정 목표 좌초 가능성
"계획 차질 기정사실, 조사지역 확대되면 문제 더 커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정황에 정부가 3기 신도시 전수 조사계획을 발표했다. 남양주 왕숙 등 총 8곳이 대상이다.
사실상 조사 기간 동안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여, 공급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 지역에서 공급될 물량만 해도 26만4000가구에 달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검증 지역이 확대되면 문재인 정부의 공급대책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일 총리실 직속의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3기 신도시 등과 관련된 공무원·공기업 임직원 및 가족에 대한 투기 의혹 조사를 시작했다. 국토부·LH·관계 공공기관의 직원 및 가족이 조사대상이다.
조사지역은 남양주왕숙, 하남교산, 인천계양, 고양창릉, 부천대장,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6곳과 100만㎡ 이상 택지인 과천과천, 안산장상 등 총 8곳으로 정해졌다.
당초 정부는 인천 계양신도시를 시작으로 남양주 왕숙 등 사전청약을 진행한 뒤 토지 보상에도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3기 신도시 추진 계획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결국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정부가 공급대책을 추진하면서 가장 앞세운 것은 '속도'다. 공급 신호를 줘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취지다. 후분양을 강조하면서도 사전청약을 꺼낸 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만약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면 시간은 더욱 지체된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해당 의혹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조사지역에서 예정된 물량만 해도 ▲남양주 왕숙 6만6000가구 ▲하남 교산 3만2000가구 ▲인천 계양 1만7000가구 ▲고양 창릉 3만8000가구 ▲부천 대장 2만가구 ▲광명 시흥 7만가구 ▲과천 과천 7000가구 ▲안산 장상 1만4000가구 등으로 총 26만4000가구에 달한다. 1~2년만 사업이 지연돼도 타격이 크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조사지역이 확대되는 것이다. 현재는 3기 신도시와 100만㎡ 이상의 택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조사지역이 넓어지게 되면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되는 곳도 많아진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도 조사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4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다른 지구에 대해서는 이번 결과를 보고 소규모 택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 추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기 의혹으로 인해 문 정부의 '속도'를 강조한 공급대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구 지정 취소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전면적인 조사에 들어가면 토지 보상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3기 신도시 공급 계획을 목표대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당장 3기 신도시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만약 조사 결과가 안 좋게 나와 여론이 조사 대상 지역을 확대하자는 쪽으로 번진다면 문 정부의 공급 대책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