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2월 판매량 나란히 30% 증가
벤츠·BMW, 중견 완성차 3사 누르고 전체 3·4위
현대차·기아와 독일차들의 국내 시장 장악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고급차 및 신차를 대거 앞세우며 내수 시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반면 쌍용차·르노삼성·한국GM 등 중견 완성차 3사는 희망퇴직·노사 갈등·유동성 위기 등의 여파로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개사의 2월 내수 판매량은 10만1356대로 전년 동월 대비 24.0% 증가했다. 이 증가율은 현대차와 기아의 선전에 기인했다.
현대차는 2월 국내 시장에서 5만2102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32.6%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기아 역시 31.0% 많은 3만7583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설 연휴로 조업 일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에도 양사 모두 30%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여기엔 작년 2월 중국발 와이어링 하네스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됐다.
다른 완성차인 르노삼성과 한국GM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2%, 2.4%의 증가율을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월등한 성적이다. 쌍용차는 지난달 사실상 '개점휴업'으로 판매량이 47.6% 급락했다.
현대차는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비롯해 SUV 판매가 전체 내수 판매를 이끌었다. 신형 투싼이 전년 동월 대비 282.6% 급증한 5896대가 팔렸고 제네시스 G80은 246.6% 늘어난 2714대가 판매됐다. 올해 인도를 시작한 제네시스의 중형 SUV GV70도 2686의 판매실적을 나타냈다.
기아 역시 카니발(6153대, 145.1%↑), 쏘렌토(4945대, 147.5%↑) 등 신차 효과에 힘입어 2월 플러스 성장했다.
현대차·기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판매한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였다. 벤츠 코리아는 2월 전년 동월 보다 18.5% 증가한 5707대를 판매하며 쌍용차·한국GM·르노삼성을 누르고 3위에 올랐다.
지난해 출시한 부분변경 모델인 E클래스가 벤츠 전체 판매를 견인했다. E 250, E 350 4매틱이 2월 한 달간 862대, 558대 판매됐다. 그 외에 SUV 라인업인 GLE 400 d 4매틱 쿠페, GLB 250 4매틱도 694대, 453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BMW는 벤츠와 47대라는 근소한 차이로 4위에 올랐다. 이로써 독일차 2개 브랜드가 국내 완성차 3사를 앞질렀다. BMW 코리아는 지난달 5660대를 판매, 전년 동월 대비 48.5% 증가율을 나타냈다.
BMW 역시 작년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 5시리즈를 비롯해 3시리즈 등이 고루 판매됐다. 320과 520 2월 판매량은 각각 554대, 551대다.
현대차·기아와 독일차가 승승장구한 반면 나머지 완성차 3사는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한국GM은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2.4%에 불과한 5098대의 판매실적을 보였다. 한국GM은 작년 1월 트레일블레이저 출시(2월 인도 개시) 이후 신차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도합 800여대가 팔린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는 조만간 단종될 예정이어서 마이너스 성장 전환 가능성도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월 국내 시장에서 39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지만 이 때는 주력 모델인 XM3가 나오기 전이었다. 더욱이 르노삼성차는 작년 2월 부품 조달 차질로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바 있어 증가율의 의미가 크지 않다.
쌍용차는 전년 동월 대비 47.6% 급감한 2673대의 판매 실적을 거뒀다. 완성차 5사 중 최하위는 물론 수입차 브랜드 중 3위를 기록한 아우디의 2월 판매량과도 311대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신차가 부재한데다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일부 협력사들이 부품 공급을 중단한 영향이 컸다. 쌍용차는 이달 초부터 공장 가동을 재개하면서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나 3월 실적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미지수다.
국내 시장이 현대차·기아, 독일차 위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점유율도 희비가 교차했다.
완성차 5사 기준 현대차의 점유율은 작년 48.1%에서 올해 2월 51.4%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기아는 35.1%에서 37.1%로 높아졌다. 합산 점유율은 86.9%로 전년 동월 보다 3.7%포인트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완전변경 모델을 비롯해 전기차 등 새 라인업을 구성할 신차들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올해 EQA·EQS 등 다양한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BMW그룹 코리아는 총 10종의 신규 모델을 올해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반면 나머지 중견 3사들은 부분변경 모델이나 수입 모델 외에는 신차 계획이 없는 상황으로, 내수 시장에서 자동차 브랜드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