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후보의 부동산 청사진 세련되고 화려하지만
‘토지확보’ 어려움...서울에 남은 ‘나라 땅’ 많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선출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부동산 공약은 크게 ‘21분 컴팩트 도시’와 ‘반값 아파트 30만가구 공급’으로 요약된다.
공약들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서울은 주택공급물량 부족 해소와 함께 직주근접(직장과 주거가 가까운 것)이 가능한 도시로 한 걸음 다가가게 된다.
이처럼 박 후보가 내놓은 서울 부동산 청사진은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이긴 하지만, 재원 마련이나 속도감 면에서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국공유지나 시유지가 많아야 사업추진이 원활한데,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사업을 하면서 서울 내 소위 ‘나라 땅’이 많이 줄었고 그나마 남은 땅들은 문재인 정부 4년동안 발굴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발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1분 컴팩트 도시 계획 이상적...재원마련·속도감 한계
박 후보가 1호 공약으로 내세운 21분 컴팩트 도시는 서울 전역을 21개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에 컴팩트 앵커를 두고, 도심 중심 도시인 서울을 다핵분산도시로 재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1개의 권역 안에서 21분 거리 안에 직장·교육·보육·보건의료·쇼핑·여가·문화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코로나19 이후의 서울도 도심중심의 중앙집중에서 인구 50만명 기준의 자족적인 21개의 컴팩트 앵커로, 다핵분산도시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광화문·여의도·강남에 집중한 일자리를 서울 각 권역으로 분산하고 일자리 인근에 주거단지를 조성해, 서울 도심 집중 현상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21분 컴팩트 도시 개념은 미래지향적인 방향성으로 이상적인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1개 권역을 만드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21개 권역이 완성되려면 백년지대계의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중앙도심에서 벗어나 다핵도시로 가는 방향성은 훌륭하다고 본다”며 “예전에는 서울시청 중심의 ‘원도심’에서 현재는 여의도·광화문·강남 ‘삼도심’으로 확대했다. 일단 21개 권역에 앵커역할을 하는 업무중심 일자리를 확대하면, 주거지역을 조성하기는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대표는 “21분 컴팩트 도시도 결국 토지확보와 재원확보가 중요한데, 현실적으로 나와있는 방안이 없다”며 “5년은커녕 10년이 지나도 21개 다핵도시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획장은 “서울 직주근접 실현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며 “21분 컴팩트 도시 계획은 서울처럼 이미 도시화가 진행된 곳에서는 재구성하기가 어렵다. 이해관계가 모두 다른 개인토지 소유주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지임대부 방식 공공분양, 반기지 않는 수요자들
박 후보가 내놓은 또 다른 눈에 띄는 부동산 공약은 토지임대부 방식 공공분양을 통한 반값 아파트다. 박 후보는 5년동안 30만가구를 반값아파트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건물과 땅을 모두 분양하는 기존 분양주택과 달리,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역시 사업 성공의 열쇠는 ‘토지확보’에 달렸다. 박 후보는 아직 서울에 남아있는 국공유지나 시유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 4년동안 서울에서 발굴 가능한 곳은 거의 발굴했다. 남은 것은 그린벨트로 묶인 것들인데, 이를 풀어 주택을 짓는 것은 시민들의 반발도 반발이지만 저탄소·걷는도시를 만든다는 21분 콤팩트 도시 계획과도 상충된다”고 강조했다.
송승현 대표는 “남아있는 국공유지와 시유지로 21분 콤팩트도 도시도 만들면서, 30만가구 반값아파트도 분양하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설사 공공부지가 남아있다 하더라도 시의 부가가치를 높일 있는 방안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소장은 “토지임대부 방식의 경우 소수에게 혜택을 주는 주택공급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공원 등을 만드는 등 비배제성·비경합성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적했다.
토지임대부 공공주택은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주택은 거주개념과 투자개념이 공존하고 있다”며 “부동산을 구매하는 이들은 훗날 부동산 가치상승에 따른 자본이득 증가를 기대하고 있기에 이런 방식은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 대표도 “토지임대부 방식 공공주택은 저소득층이나 구매력이 약한 수요자들을 위한 공급방식 중 하나는 될 수 있지만, 대다수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공급방식은 아니기에 무리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