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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수 캐스터의 헤드셋] ‘정용진 구단주 입장’ 클럽하우스 소통이 끝나고 난 뒤


입력 2021.03.01 11:57 수정 2021.03.01 12:00        데스크 (desk@dailian.co.kr)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 신세계그룹

1976년부터 21년간 팀을 이끌며 두 차례(1981·1988) 우승 업적을 남기고 1997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전 LA 다저스 토미 라소다 감독. 그가 남긴 여러 어록 중 하나가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가 끝나는 날”입니다.


지금도 야구팬들에게 큰 공감으로 남는 이야기입니다.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친근했던 그가 지난 1월 우리 곁을 떠나면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가 떠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1월 26일 또 하나의 놀라운 소식이 발표 되었습니다.


'신세계그룹, SK 와이번스 야구단 인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소식의 연속입니다. SK 와이번스가 어떤 구단입니까. 지난 2000년 창단해 지난해까지 21년 동안 4회 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무려 8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광현 포함 김원형(현 감독)과 박경완, 조웅천, 정대현, 최정 등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정상급 선수를 배출한 명문 중 명문구단 아닙니까.


그런 구단이 팀을 매각했습니다. SK는 국내를 대표하는 그룹이며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매각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으니 그 놀라움은 가히 충격적이었죠. 그런데 그 구단을 인수한 기업이 신세계그룹이라는 사실에 한 번 더 깜짝 놀랐습니다.


유통업계 강자의 야구 입성입니다. 신세계백화점, e마트, 스타필드, 스타벅스.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분에서 국내 정상의 기업이 야구단을 운영한다하니 뭔가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과 더불어 막내구단이지만 형님구단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커집니다.


필자가 2월 27일 밤 아이폰 사용자들의 음성 대화방 '클럽하우스'에서 야구팬들에게 방을 열었는데. 신세계 야구단 정용진 구단주가 깜짝 입장했습니다. 거의 기자회견 분위기로 직접 소통하며 토요일 밤을 아주 뜨겁게,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소통이 끝나고 난 뒤 피어오른 기대를 안고, 신세계 야구단에 바라는 내용을 적어 봅니다.


첫째. 야구팬을 진심으로 귀하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구단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성과 마음으로 팬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분명 야구단의 소유는 신세계그룹이지만 진짜 주인은 바로 팬이기 때문입니다.


야구는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팬이 있어야, 지갑을 열어야, 야구장을 찾아 주어야, 바로 그래야 야구단을 유지할 수 있고, 선수들에게 연봉을 줄 수 있고, 구단의 존재이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망가진 팀의 리빌딩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듯이 한번 떠난 팬의 마음을 다시 찾아오기는 리빌딩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야구가 이렇게 이어올 수 있었던 그 원동력은 바로 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늘 가장 먼저 팬을 생각하고 기억하시길 다시 한 번 깊이 깊이 당부 드립니다.


둘째. 아주 기분 좋게, 아깝지 않게, 신나게 돈을 쓰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모두들 기억하시겠지만 당시 아마추어 야구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늘 동대문 야구장에서는 “깡!!!”하는 타격음이 들렸기에 행인들도 잠시 짬이 나면 야구장에 들러 야구를 보고, 응원을 하고, 경기 이후에는 인근 술집에 들러 야구 이야기하며 술잔도 기울이고 더불어 인생 이야기도 나누었죠.


물론 하루 온종일 시간이 가능한 분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서너 경기를 직관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였으니 한마디로 야구는 삶의 활력소였죠. 그런 인기를 업고 프로페셔널이 무엇인지 정확한 개념도 알지 못한 채 출범을 하고 어느덧 40년.


아마추어 야구 시절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야구장의 문화가 생겨났고, 연봉이 오르고, 남성위주의 팬에서 가족단위로 바뀌었으며, 여성팬의 증가로 프로야구장의 풍경이 달라졌으니 이런 변화 또한 가히 놀랄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관중의 증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죠. 그들이 야구장에 와서 음식을 사먹고, 모자와 유니폼을 사고, 기념품을 구입하고, 다른 색깔과 디자인의 유니폼을 또 사고 끊임없이 소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우리가 극장을 가서 영화를 볼 때도 단순히 영화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팝콘, 음료를 기본적으로 사서 입장을 하며 거기에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한 좌석에서 보기 위해 아낌없이 추가비용을 지불합니다.


야구도 마찬가지로 나와 내 가족을 위해, 내 연인을 위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소비라 느끼면 얼마든지 지갑을 열며, 팬으로써 존중받고 배려 받는다 생각하면 아주 기쁜 마음으로 소비를 합니다. 무언가를 사먹고, 구입을 하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해주기 바랍니다. 어차피 야구장을 방문하는 팬은 즐거움을 얻기 위해 시간과 돈을 씁니다. 기분 좋게, 신나게, 아깝지 않게 돈을 쓸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뉴시스

셋째. 재미있게 해주세요.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좋은 팬서비스는 응원하는 팀의 승리라고 합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야구팬에게 왜 야구를 좋아하게 되었느냐고 물으면 적잖은 분들은 응원이 재미있어서, 소리를 신나게 지를 수 있어서, 녹색 그라운드가 예뻐서, 맥주가 맛있어서 등 정말 다양한 이유로 야구에 입문했다 말합니다.


공부도, 운동도, 취미도 우리 일상의 모든 것들이 바로 재미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내가 직관하는 모든 경기가 승리로 이어지면 좋겠지요. 그러나 모든 경기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잘하는 팀도 1/3은 패하는 스포츠니까요. 그라운드 밖에서라도 재미있게 해주세요. 힘들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재미있게 해주세요. 그래야 또 야구장을 방문할 이유가 생기니 말이죠.


그렇다고 지나치게 부담은 갖지 않길 바랍니다. 막내구단답게 팬들과 신나게 즐겨보길 바랍니다. KBO의 새로운 가족이 되었으니 우리 모두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야구팬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글/임용수 캐스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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