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무착륙 관광 비행에 목 매다는 항공사들


입력 2021.02.22 15:37 수정 2021.02.22 16:38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코로나19 백신 보급에도 여객 수요 회복 난망

탑승률 회복세 기대감 높여...출혈 경쟁 우려

인천국제공항에 항공사들의 항공기가 주기돼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항공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무착륙 국제 관광 비행 상품 판매에 목매달고 있는 양상이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에도 올 한해도 여객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 창출과 비용절감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초기에 우려를 자아냈던 탑승률도 조금씩 회복되고는 있지만 곧 수요 대비 공급 초과로 출혈 경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항공정보 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주말이었던 지난 20일과 21일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운영한 무착륙 국제선 관광비행 상품은 90% 안팎의 탑승률을 기록했다.


20일과 21일 모두 운영한 에어서울의 경우 각각 각각 118명(20일)과 120명(21일)이 탑승했다. 운영된 항공기는 에어버스사의 A321-200(195석/220석)으로 코로나19 방역지침 준수를 위해 일정간격을 두고 승객들을 배치한 것을 감안하면 탑승률이 98%에 달했다.


20일만 운영한 에어부산은 탑승객이 124명으로 LCC 중에서 가장 많았고 21일 운영한 진에어는 탑승객으로 88명이었지만 운영한 기종이 상대적으로 좌석수가 적은 보잉사의 B737-800(189석)이었고 좌석 거리두기 영향을 감안하면 탑승률은 높은 수준이었다.


대형항공사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21일 상품을 운영했는데 탑승객이 200명에 달했다.


투입되는 기종이 하늘위의 호텔이라고 불리는 A380(좌석수 495석)으로 승객간 거리두기를 감안해도 298석 체제로 운영돼 탑승객 수는 LCC에 비해 많을수 밖에 없었다. 탑승률은 약 67%로 LCC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지만 앞서 설 연휴 기간이었던 13일(113명)·14일(96명)과 비교하면 크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12월 국제 관광비행 상품이 처음 운영됐을때 탑승률이 3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향상된 수준이다. 당시 코로나19가 3차 확산 등 외부 요인들의 영향도 있었지만 업계의 기대치와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었다.


당초 항공업계는 앞서 출시했던 국내 관광비행 상품이 80% 이상의 높은 탑승률을 기록하자 이에 고무돼 비행에 면세 혜택까지 제공되는 국제 관광비행 상품을 내놓았지만 당초 정부와 업계가 기대했던 탑승률 70%를 크게 밑돌며 고민에 빠지게 했었다.


해를 넘겨서 코로나19 상황이 차츰 안정화되면서 국제 관광비행 상품의 수요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제 과열 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관망만 하던 대한항공이 오는 27일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상품을 개시하고 내달에도 6·13·27일 3차례에 걸쳐 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 제주항공과 에어서울 등 LCC들도 내달에도 추가 운항에 들어가는 등 수요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경쟁은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제주항공은 총액 9만9000원(유류할증료, 공항시설 사용료 포함)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에어부산은 주중인 오는 24일 운항하는 무착륙 관광 비행상품의 운임을 4만9000원이라는 초특가에 내놓았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주항공·티웨이항공·에어서울·에어부산 항공기.ⓒ각 사

에어서울과 티웨이항공은 사전예약 주문시 기내 면세품을 최대 75%와 6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등 면세 승객 수요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저가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수익성이 계속 하락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각 항공사들은 무착륙 관광 비행 상품 판매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속도를 감안하면 연내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여객의 공백을 화물로 대체할 수 있는 대형항공사들와 달리 전적으로 여객수요에 의존하는 LCC들로서는 더욱 절박할 수 밖에 없다.


또 비용 절감이라는 전략도 숨어 있다. 임대 비행기를 공항 주기장(주차장)에 세워두는 것만으로도 주기료(항공기 주차료)로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의 수익성이 하락하더라도 비용 절감을 감안하면 수익성 개선 효과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조종사 자격 유지를 위해서도 항공기 운항은 필요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상품에 대형기종인 A380을 투입하고 있는데 이는 여객 수요 창출뿐만 아니라 조종사들의 A380 운항 자격 유지도 감안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A380 운항자격을 유지하려면 90일 동안 3차례 이상 이·착륙을 하고 6개월 단위로 시뮬레이터(모의 비행 장치)로 비상 상황의 대응훈련을 실시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여객 노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조종사들의 A380 운항 자격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채우기가 어려워졌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운항 중단 상황을 고려해 3차례 이상 이·착륙 기간을 210일로 연장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쉽지는 않다. 국내에 단 한 대 뿐인 A380 모의비행장치를 통한 비행훈련으로 간신히 운항 자격 유지를 하고는 있지만 조종사들의 숫자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도 여객 수요 회복은 거의 어렵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라며 "여객기의 화물기 전환과 함께 무착륙 관광 비행 상품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항공기 운항을 통한 수익 창출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꾀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진에어 소속 항공기가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뉴시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