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共犯), 비밀준수에 수사할 때 자기 선에서 꼬리 잘라야
신현수의 당연한 말이 현 정권에서 엄청나게 위험한 발상
‘수석비서관도 비서’…신현수, 윤석열 이어 새로운 사냥감
신현수 민정수석 이야기다. 지난해 말 임명된 신현수 민정수석이 항명과 사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인사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정부에서 함께 일했고, 문재인 대선캠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는 ‘소주를 기울이는 사이’란다. 막역한 관계란 이야기다. 그런데 거듭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이를 무마하려 진땀을 흘리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보통 영화에서 그려지는 조직폭력배는 멋있어 보인다. 의리(義理)로 점철된 조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의리를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의리다.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그들의 재산을 갈취하기 위한 ‘때 도둑’의 의리이다. 공범(共犯)이니 서로 비밀을 지켜야 하고, 수사가 들어오면 자기 선에서 꼬리를 잘라야 한다. 그래야 형(刑) 이후 살길을 유지할 수 있다. 다시 도둑질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본인의 선택으로 스스로 도둑떼에서 나올 수는 없다. 일본의 야쿠자는 신체의 일부를 절단해야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범죄조직도 죽을 때까지 맞은 이후에야 새 삶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이 그들이 이야기하는 의리이고 보스에 대한 충성이다.
그들의 의식은 항상 장엄하다. 충성과 의리를 위해 피를 나눠마신다. 피를 나눈 형제요, 혈맹(血盟)이란 뜻이다. 하지만 정점의 보스가 힘을 잃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딴생각을 하고, 하극상(下剋上)이 벌어지기 일쑤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의리를 희소하기 때문에 소재가 될 수 있나 보다. 그들의 의리와 충성이 본질적으로 잇속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신현수 수석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의 눈길이 곱지 않다. 그는 민정수석을 맡고 끊임없이 여권실세들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존중하고 현 정권 내내 공석인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라고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 정권에서는 엄청나게 위험한 발상이다. 나아가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정권의 심장에 있으면 공범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친밀한 관계가 조명됐다. 계속 윤 총장을 역적, 파렴치한으로 몰던 여권으로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 와중에 검찰 인사가 결정적이었다. 청와대는 자신들이 전 정권에 한 일이 있기 때문에, 임기 말과 후의 검찰수사와 사법처리를 극도로 두려워한다. 그래서 위헌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를 만들고, 검찰을 와해시키려 용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속도 모르는 신 수석이 이에 반기를 든 것이다. 청와대와 정권 실세들은 스스로 자수하고 감옥에 들어가라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게 들었을 것이다.
청와대는 여론을 의식해 처음으로 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등용했고 신 수석만은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 수석 또한 검사였다. 검찰은 그 자체가 조폭조직이다. 조폭끼리는 상황에 따라 협조할 수 있지만, 이해가 갈리면 확실히 입장을 정해야 한다. 중간은 있을 수 없다. 신 수석이 곧 끝날 정권보다, 평생 몸담았고 계속 전관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검찰조직을 선택한 것은 합리적이다. 게다가 현재 국민적 명분은 검찰에 있다. 그러니 그의 선택은 명분과 실리 모두 합당한 것이다.
이쯤 되니 여권에서 ‘신 수석 때리기’에 들어간 것 같다. ‘수석비서관도 비서’라고 하며, ‘그게 충(忠)이냐’고 공격한다. 그가 윤석열에 이어 새로운 사냥감이 된 것 같다. ‘역시 검사는 믿을 수 없다’며, 그들이 주장하는 ‘검찰개혁’ 즉 검찰 해체의 명분으로 삼을 기세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 ‘진정한 충은 바른말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사가 정무직 공무원(어공)이 아니고 직업공무원(늘공)인 이유는 ‘정권에 충성하지 말라’는 의미다. 즉 5년 짜리 정권보다 국가와 국민에 충성하라는 헌법적 명령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의 기세는 헌법도 무시하는 지경이다. ‘조직 보스의 말이 법’인 조폭과 다를 것이 무엇이고, ‘짐이 곧 국가’라는 절대왕정의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번 사건에서도 보았듯,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 자정 기능을 찾을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임기는 1년이 넘게 남았다.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바꾸도록 강제해야 한다. 그 주체가 국민임은 분명하다. 천하에 무서울 것 없이 폭주하는 현 정권도 여론조사에는 민감하다. 유일한 아킬레스건이다. 여론조사도 그런데, 선거는 말할 것 없다.
만약 ‘4·7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십중팔구 검찰총장은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될 것이다. 이 지검장은 중앙지검에서도 지도력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까지 그를 유임시켰다. 선거에서 이기면 ‘검찰개혁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이 지검장을 윤성열 총장의 후임으로 밀어붙일 것이다. 야당에서 반대하겠지만 무기력한 반항이고,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겠지만 공허한 반론이 될 것이다. 그러면 검찰은 자살 당하고 현 정권은 계속 폭주할 것이다. 차기 정권도 그들이 유지할 것이다. 설혹 정권이 바뀐다 해도, 공수처장과 공수처 구성원의 임기가 다음 정권 내내 이어질 것이니 영구적으로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면 국민은 지금과 같이 암흑과 같은 길을 계속 걷게 될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은 이민을 떠날 것이고, 출산율은 계속 저하될 것이다. 당연히 남아 있는 사람들만 빚을 떠안고 허덕이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이제 주권자인 국민이 ‘안돼! 이제 그만!’ 하고 분명히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투표를 통해서다. 4월 7일은 국민주권을 확인하고, 국정으로 제자리에 돌려놓는 날이 되어야 한다.
글/김우석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