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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책임론'은 덮고 '금융사 책임문화' 띄워


입력 2021.02.18 06:00 수정 2021.02.17 21:54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윤석헌,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책임경영문화 조성할 것"

치열한 반성 없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한 청렴성 확보하겠다"

논란되자 '글로벌 스탠다드' 내세워 "해외에서도 시행중" 해명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사태 등 잇따른 대형 금융사고와 관련해 '금융사 책임론'을 띄웠다. 특히 금융소비자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금융회사 업무에 대해서는 담당 임원 책임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자신의 부실 관리·감독 문제는 덮고, 금융사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면피용 대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소비자 중심으로 영업행위 감독체계를 재정비하고 금융사의 책임경영문화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굳건히 하고 불법공매도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등 시장질서 저해행위는 엄정히 대처하겠다"며 '금융사 엄벌론'도 함께 꺼냈다.


이미 금감원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소비자 피해가 잦은 업무는 담당 임원(성명·직책)의 책임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소비자 중심 문화가 조성되도록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금융회사 경영진의 책임 의식을 높여 금융사고 발생 이전에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책임경영'이라고 정의했지만, 관리·감독 대상인 금융사들은 '책임전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는 코로나19 지원과 녹색금융 등 정부주도 금융정책에는 '적극 금융면책'을 하겠다더니, 이제는 담당 임원을 미리 써내라니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신호위반에 교통경찰이 책임지나"…'책임론' 금융사에 떠넘겨


금감원도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별도의 '설명자료'를 따로 내고 "'금융사 임원 책임제'는 금융회사 경영진의 관리 사각지대를 방지해 소비자피해 등 사고예방노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금융회사에 책임 떠넘기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이런 제도는 영국과 호주, 홍콩 등 해외감독당국에서 이미 시행 중"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점도 부각했다.


하지만 사모펀드 사태를 둘러싼 금감원의 부실 관리·감독 책임론은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금감원은 최근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4등급을 받아 지난해보다 한 계단 떨어지는 수모 겪은데 이어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도 받고 있다. 여기에 사모펀드 사태에 전·현직 직원이 연루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에 윤석헌 원장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에게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관리 소홀 문제를 지적받았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판매사들이 사모펀드 운용에 제도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점 등을 감안하면 관리·감독 못한 당국의 책임이 가장 큰 것 아니냐"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에 윤 원장은 "저희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물론 운용사의 잘못이 있지만, 소비자들한테 그렇게 판매한 판매사의 잘못도 크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윤 원장은 "금융회사 임원에게만 모든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엄정한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많은 부분은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로부터 연유됐다.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신호위반을 했다고 교통경찰이 다 책임질 순 없다. 우리의 어려움도 생각해 달라"고도 했다.


정작 금감원의 올해 업무계획에는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관리‧감독 부실 문제에 대한 치열한 반성은 없었다. 윤 원장은 이날 정무위 업무보고 인사말에서 "금감원 내부쇄신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청렴성을 확보하고 검사와 제재 절차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만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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