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롬 실언 여파, '쇼미더트렌드' 방송 잠정 중단
"연예인 호스트 공감 넘어 기본 소양까지 갖춰야"
홈쇼핑 채널에서 연예인 게스트가 출연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단순히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상품을 팔기 위한 출연, 그리고 연예인이 메인 호스트로 나서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홈쇼핑에서 게스트, 혹은 호스트로 연예인을 내세우는 이유는 한 가지다. 그 연예인이 가지고 있는 인지도를 통해 상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생성과 신뢰를 높이고자 함이다. 이는 곧 상품의 판매량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들이 해당 채널의 특성을 얼마나 고려하고 출연을 하는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물론 연예인들 중에서도 전문 쇼호스트 못지않게 수려한 언변과 적절한 상품 설명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잦은 말실수와 적절치 않은 단어 선택 등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관계자들은 “홈쇼핑은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고,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사전·사후 심사가 매우 까다롭다”고 입을 모은다. 관계자에 따르면 홈쇼핑의 경우 65개의 조항에 따른 별도 심의 규정을 가지고 있다. 심의 내용으로는 주로 방송에서의 표현들을 중점적으로 보는데, 허위·과장광고나 잘못된 정보 제공 등을 문제 삼는다. 규정을 위반하면 심하게는 법정제재가 내려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문 쇼호스트, MD, PD들을 대상으로 매년 방심위, 방통위 등에서 공동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방송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이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인지 설명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연예인에 있어서는 다소 느슨한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홈쇼핑 채널은 방송에 출연하기 전 연예인에게 주의사항 등을 대강 언급하고 카메라 앞에 세운다.
이런 문제는 곧장 방송실수, 혹은 말실수로 인한 구설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홈앤쇼핑에서 콜라겐 마스크를 판매하면서 게스트로 김효진을 내세웠는데, 그는 콜라겐 성분이 피부에 흡수되는 것처럼 말해 문제를 일으켰다. 앞서 한 차례 동일 상품으로 법정제재 ‘주의’를 받은 적이 있어 제재 수위가 더 가중돼 ‘경고’ 처분을 받았다.
또 알렉스는 CJ오쇼핑플러스에 게스트로 출연해 니트 상품을 판매하면서 목 부분의 신축성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샴쌍둥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켰다. 쇼호스트가 ‘메두사’라고 발언을 정정했지만, 알렉스는 끝까지 샴쌍둥이의 신체적 차이를 언급해가며 거듭 같은 단어를 말해 행정지도를 받았다.
물론 홈쇼핑에서 말실수는 연예인들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생방송의 특성상 전문 쇼호스트도 얼마든지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연예인 게스트의 실수가 부각되는 건 그들이 가진 인지도 때문이다. 상품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연예인을 고용한 것처럼, 실수도 인지도 때문에 더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 황기섭 실장은 “주로 연예인이 홈쇼핑에서 말실수로 논란이 되는 경우는 시청률이 높아서라기보다 SNS 등을 통한 확대·재생산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를 접한 시청자들이 방심위에 민원을 집어넣고, 그렇게 더 문제가 커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제 연예인 게스트, 혹은 호스트들도 제품에 대한 이해는 물론 기본 소양까지 갖춰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김새롬이 사회적 공분을 산 ‘정인이 사건’을 언급한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GS홈쇼핑 생방송 중 제품을 홍보하던 그는 “‘그것이 알고싶다’ 끝났나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같은 날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국민적 관심사가 큰 ‘정인이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김새롬은 방송의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동시간대 방영되는 TV 프로그램을 언급했을 테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 자체로도 비난의 대상이 돼야 했다. 김새롬은 논란 이후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고, GS홈쇼핑 역시 사과문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의 잠정 중단을 결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황 실장은 “몇몇 연예인 호스트들이 분명 홈쇼핑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이 변한 만큼 이들도 시청자와 공감을 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감수성까지 챙겨야 하는 평균 이상의 수준을 갖춰야 한다”면서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쇼호스트에게 또 다른 자질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