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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실적에도 짠물배당 나선 금융지주들…하반기 역대급 배당 나서나?


입력 2021.02.09 07:00 수정 2021.02.08 17:52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KB·하나금융, 당국 압박에 배당 성향 20%로 축소

신한·우리도 하향 조정 예상…“주주가치 제고” 최우선

금융지주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에 배당성향을 줄이고 나섰다.ⓒ픽사베이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둔 금융지주사들이 짠물배당에 나서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에 ‘배당성향 20% 이내 권고’를 수용하면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주주배당금 비율)을 5~7%포인트 낮춰서다. 뿔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매입 등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고심 중인 금융지주사들이 하반기 대규모 배당에 나설지 주목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10조8143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대출로 투자)’ 등의 영향으로 은행 대출 이자 이익이 늘고 증시 호황으로 비은행 부문 수수료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금융지주사별로 보면 KB금융이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3조4552억원을 거둬들이며 2008년 지주사 설립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3조4146억원, 2조6372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1조3073억원으로 전년 대비 30.2% 감소했다. 증권 계열사가 없는 데다 코로나19 부실 가능성에 대한 충당금과 라임펀드를 포함한 사모펀드 관련 비용을 적립하면서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러나 금융지주사들의 배당은 오히려 20% 가량 줄었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재정 건전성 관리를 명분으로 ‘순이익의 20% 이내 배당)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2020년도 배당 성향을 20%, 주당 배당금을 1770원으로 확정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배당 성향은 26%에서 20%로 6%포인트 줄었고 주당 배당금도 2210원에서 1770원으로 20%나 떨어졌다.


하나금융도 2020년도 배당 성향과 주당 배당금을 각각 20%, 1350원(중간배당금 포함 1850원)으로 결정했다. 2019년과 비교해 배당성향은 약 6%포인트, 주당 배당금은 16% 감소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배당정책을 3월 초 이사회로 미뤘지만 KB금융과 하나금융과 같이 20%로 하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노용훈 신한금융 부사장(CFO)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감독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일지 다른 요인을 고려할지 3월 초까지 이사회를 열어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이 금융기관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나왔기 때문에 이의제기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은 주주들의 이탈을 우려하며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고심 중이다. 금융당국의 배당 억제 가이드라인 유효기간이 오는 6월까지인 만큼 하반기부터 중간배당,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환주 KB금융지주 부사장(CFO)은 “하반기부터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중간배당 등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해 적정 시기에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노용훈 신한금융 부사장도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까지 높일 계획이고 분기배당의 경우 하반기에라도 실행할 수 있도록 상반기 정관 변경 등의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며“ 분기배당이 어렵다면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라도 주주환원 정책을 하반기부터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승 하나금융 재무총괄(CFO) 전무 역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금융당국의 권고안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배당 성향을 축소했다”며 “중간배당, 기말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주주가치를 지속적으로 증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배당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특히 최대 실적에 따른 성과 보상을 받지 못해 주주들의 불만이 거세지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배당 축소 권고를 두고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금융위는 지난 8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배당 제한 등 엄격한 자본관리를 권고하고 있다”며 해명에 나섰다.


금융위는 “유럽연합(EU)은 순이익의 15%, 영국은 25% 이내에서 배당을 권고하고 있다”며 “이는 주요 EU 은행의 평상시 배당성향이 40%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보다 엄격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의 배당금 지급이 건전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금융규제운영규정 제7조에 따라 금융위의 의결을 거쳐 행정지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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