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안보 보장'외에 '체제 보장'될 때 비핵화 고려할 수 있을 것"
미국 정보 당국자가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안보 이슈로 "북한 내부의 변화 압력"을 꼽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 당국자가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거론한 것이다.
4일(현지시각)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관은 미 조지타운대가 주최한 웨비나에서 "북한의 가장 큰 안보 우려는 한국이나 미국이 아니라 북한 내부의 변화에 대한 압력"이라고 말했다.
사일러 담당관은 "북한과 관련해 우리가 마주한 가장 큰 딜레마는 그들을 핵개발로 이끈 위협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안보 보장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제기한 '핵 위협'이 북한이 '이 길(핵개발)'을 가게 한 근거이자 정당화 사유"라면서도 북한 내부 사정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북한 시스템이 변화를 향한 내부 압력에 취약하고, 그 압력을 통제하지 못하면 외세가 개입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주요한 안보 위협으로 한국·미국 등으로 인한 '군사적 위협', 즉 '외부 요인' 외에도 북한 자체의 체제 안정성 등 '내부 요인'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일러 담당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고려할 수 있는 조건은 북한이 자체 시스템의 취약점과 관련한 우려를 피하는 것"이라며 △안보 보장 △종전선언 △경제적 원조 △경수로 건설 등의 '당근'이 "근본적 우려에 대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진정한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은 "북한이 주민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정말 힘든 일"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국경봉쇄…北 경제 피해 가시화
北 체제 안정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북한 체제 취약성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 여파로 북한 경제 피해가 가시화되자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지난달 16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북한의 국경봉쇄 상황이 향후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방역을 명분으로 인적·물적 왕래를 사실상 중단해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만큼, 국경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내구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북중무역 규모는 전년 대비 8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차 석좌는 최악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내부 동요에 휘말려 핵무기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미국 외교를 주관하는 국무부의 2인자, 웬디 셔면 부장관이 과거 '북한 붕괴론'을 언급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라는 평가다.
지난 2016년 민간인 신분으로 한국을 찾았던 셔먼 부장관은 한국·미국·중국·일본 등이 "북한 급변사태와 쿠데타 등까지 필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셔면 부장관은 북한 붕괴 시 불거질 수 있는 △각국의 군사적 충돌 문제 △난민 관리 문제 △경제적 비용 조달 문제 등을 사전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