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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빌라 소유주는 무슨 죄에요?" 우선공급권 사라져 매수문의 '뚝'


입력 2021.02.07 05:00 수정 2021.02.05 16:54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공급권 없는 빌라 살 이유 없어"…하루새 매수 수요 등 돌려

"과도한 사유재산권 제약, 기준일 다시 정해 매각 기회 줘야"

5일 찾은 서울시 양천구 신월7동 빌라 단지 전경.ⓒ데일리안 황보준엽 기자

"여기 빌라 사는 이유야 뻔하잖아요. (매수문의가)없어요 없어."


지난 5일 만난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날 발표된 '공급 대책' 이후 시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사무실 내부는 조용했다. 기자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전화가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이 중개사는 "1~2주 전에 찾아왔으면 나랑 대화도 못 나눴다. 그땐 엄청 바빴다"고 말했다.


앞서 공공 주도의 재개발 사업 발표 당시 빌라 값이 급등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는 정부가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4일 이후 신규 계약한 매물에 대해선 우선 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고 현금청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 많던 매수 대기자들은 단 하루 만에 떨어져 나갔다. 좋은 매물이 나오면 꼭 연락을 달라던 이들이 "다시 생각해 보겠다"며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B 중개업소 관계자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하루에 몇 번씩 전화해서 괜찮은 매물 없냐고 묻던 이들이 하루 만에 돌아섰다"며 "공급권을 안준다고 하는데 이해는 가지만 답답하다"고 설명했다.


이젠 수요자 입장에서 빌라를 매수하기 부담이 커진 상태다. 실거주를 위해서 샀다고 하더라도 취득한 빌라가 개발지에 속하면 입주권도 못 받고 현금청산을 받은 후 이주해야하기 때문이다.


아예 연락이 없는 건 아니었다. 대신 전화는 금방 끊어졌다. 중개사는 "맞습니다"라고 답한 후 몇 초가 지나지 않아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예상은 됐지만, 무슨 전화냐 물어봤다. "대강 뭔지 알지 않냐. 공급권이 안 나오는 거 확실하냐고 물어보더라. 아까도 몇 번 이런 전화는 왔었다"며 웃으며 핀잔을 줬다.


서울 양천구 신월7동 일대 모습.ⓒ데일리안 황보준엽 기자

신규 계약 공급권 미부여 조치는 예상보다 파장이 큰 듯 보였다. 재개발 인근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침체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집주인들의 재산권 행사가 침해를 받는 점이라고 중개사들은 입을 모았다. 개발 사업과 관계없이 급전이 필요하거나 집을 처분해 이주를 해야 하는 이들이 거래가 막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한 공인중개사는 "투기를 막겠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아예 거래를 못하게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냐"며 "이사를 하거나 할 때 자금이 부족하면 지금 집을 팔아야 하는데 이제 살 사람이 없다. 이 사람들은 무슨 죄냐"고 꼬집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했다. 신길동의 C 중개업소 관계자는 "여기도 마찬가지다. 빌라를 사겠다는 수요가 당장은 스톱된 상태"라며 "향후 민간 재개발로 진행하겠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매물을 찾는 이들이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과도한 사유재산권 제약이라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미 취득세 등 투기수요는 마련된 상태인데, 공급권까지 주지않겠다고 하면 안그래도 낙후된 지역의 빌라를 누가 사려고 하겠냐"며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이다. 차라리 특정 기준일을 둬 매각을 하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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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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