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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조작 논란’ 탈출...‘실검 시대’ 폐막


입력 2021.02.05 10:13 수정 2021.02.05 10:17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이용자 관심 제대로 대변 못해...역기능↑

4월 보궐선거·대선 앞두고 특단의 조치

정치 압박 벗어나 ‘IT 플랫폼’ 성장 주력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화면 캡쳐

국내 최대 검색업체들이 애증의 ‘실시간 검색어(급상승 검색어)’를 내려놓았다. 네이버는 16년만에 여론 조작·광고 논란 등을 빚었던 해당 서비스를 완전히 폐지하기로 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급상승 검색어를 오는 25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쟁사업자인 카카오는 지난해 2월 포털 ‘다음’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는 취지다.


이로써 국내 검색을 독식하다시피 한 양대 포털에서 실검이 사라지게 됐다. 다만 네이트에서는 ‘실시간 이슈 키워드’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인기 급상승 동영상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 4일 공식 블로그 ‘네이버 다이어리’를 통해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종료 계획을 공표했다. 모바일 네이버 홈의 ‘검색차트’ 판도 함께 폐쇄했다. 회사 측은 폐지 이유로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트렌드 변화”를 언급했으나, 업계는 영향력이 막대했던 실검의 부작용 확대를 결정적 폐지 이유로 보고 있다.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는 국민적 관심사를 대변하는 지표로 활용돼왔다. 그러나 검색어가 다양해지면서 ‘대표성’이 하락한 가운데, 오는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끊임없이 반복되온 ‘조작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내년에는 20대 대통령 선거도 예고된 상황이다.


실제 실검은 특정 키워드를 짧은 시간에 많이 검색하면 순위가 급상승한다는 특성 때문에 정치적, 상업적 논란에 시달려왔다. 지난 9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찬반 양측이 실검 대결을 벌이기도 하는 등 피로도가 극심하기도 했다. 특정 행사나 기념일에는 광고 및 마케팅 문구가 순위를 차지하며 변질되기도 했다. 실검이 ‘이용자 관심의 흐름의 반영’이라는 기본 목적에서 벗어나 신뢰성을 잃어버린 사례이다.


네이버는 이같은 역기능을 줄이고자 인공지능(AI)기술을 적용해 검색 노출 키워드 강도를 조절하게 하고,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실검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선거 기간에는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기도 하며 역풍을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결국 회사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고 판단, 서비스를 접었다.


실검 서비스를 총괄하는 유봉석 서비스운영 총괄 이사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네이버 구성원이라면 급상승검색어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텐데, 항상 지지하고 대변인 역할을 해주셔서 든든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그간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는 실검을 없앤 대신 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데이터랩’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제공한다. 데이터랩에서는 ▲검색어트렌드 ▲쇼핑인사이트 ▲카드사용통계 ▲지역통계 ▲댓글통계 등 뉴스와 검색 서비스에서 취합한 데이터에 기반한 부가 서비스가 제공된다.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는 분야, 성별, 지역, 연령대, 기간 등도 세분화해나가고 있다.


네이버 측은 “데이터랩은 콘텐츠 창작이나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사용자들이 정확한 트렌드를 파악하고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서비스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 “‘사용자로부터 받은 검색어 데이터는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가치있는 정보로 돌려드리겠다’는 급상승검색어의 취지는 데이터랩을 통해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실시간 검색어를 내려놓은 네이버와 카카오는 종합 IT 플랫폼 업체로서 변신에 더욱 주력할 전망이다. 클라우드, 커머스, 모바일, 인공지능(AI), 데이터 활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공고히 해나가는 중이다.


양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수혜를 톡톡히 입으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연매출 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오는 9일 실적 발표를 앞둔 카카오도 지난해 매출 4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업이익은 전년비 2배 증가한 4500억원 수준이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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