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판사탄핵' 추진에 따른 영향에 촉각
민주당, 보궐 표심 우려해 당론엔 선긋기
국민의힘, 적폐세력으로 묶일까 신중모드
"선거까지 많이 남아"…예측 불허 전망도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농단 판사 탄핵은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4월 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사법농단 연루 판사 중에서도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서만 탄핵소추를 추진한다.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의원들의 개별적·자율적 판단에 맡긴다고 덧붙였다.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탄핵은 필연적으로 '사법부 길들이기'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추·윤 갈등으로 국민들의 피로감도 높은 상태다. 민주당이 당론에 선을 그은 것은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반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판사탄핵 방침을 정한 28일 입장을 밝히지 않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탄핵을 반대했다가 적폐 세력으로 함께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29일에는 공식 논평을 내고 "살풀이식 창피 주기라든지 법원의 코드인사와 판결을 이끌기 위한 길들이기 탄핵이라고 밝혀진다면 감당하기 힘든 국민적 역풍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성 입장을 밝혔다.
판사 탄핵은 여야 모두에게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헌정사상 법관 탄핵이 국회 문턱을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4월 보궐선거 영향을 당장 판단하기는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임 판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동시에 재판부는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론을 유도하는 등 간섭하는 것은 재판 관여 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임 판사에 대한 단죄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느냐가 중요한 변수다.
반면 민주당이 추진하는 판사탄핵의 의도와 목적에 의구심이 커진다면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판사탄핵에 소극적이었다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 공교롭게도 판사탄핵 방침을 정하기 직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우연이 거듭되면 필연이라고 한다"며 "자기 진영에 불리한 판결을 하는 판사들을 대놓고 위협해 길들이고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궐선거까지 3개월의 긴 시간이 남아있다. 그사이에 어떤 일이 있을지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당장 선거의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차 교수는 "공정한 재판과 진실을 추구한다는 목적을 명확히 한다면 선거에 도움이 되지만, 여권에 불리한 판결에 따른 조치나 본보기로 해석된다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