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상품 수요 예측하고, 재고 줄여 경영 효율 향상
날씨 데이터 등 적극 활용…“제품 개발 시 반영”
최근 편의점 업계가 빅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편의점은 가맹본부의 안정적인 시스템과 적극적인 운영 지원이 뒷받침돼야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편의점 업체는 상품 기획, 판매부터 점포 운영에 이르기까지 빅데이터를 적용, 사업 효율성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인기상품을 미리 예측해 품절을 막고, 미판매 상품을 줄여 매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전략이다.
편의점 중에서도 빅데이터 활용은 CU가 가장 적극적이다. BGF리테일은 지난 2012년 데이터 분석·전략 부서인 ‘트렌드분석팀’을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트렌드분석팀의 명칭을 ‘빅데이터팀’으로 변경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점포 컨설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점포분석 보고서’ 활용이 대표적이다. 해당 보고서는 요일과 시간대별 매출분석, 상품별 매출분석, 멤버십 고객분석, 시즌별 특이사항 등으로 구성돼 가맹점주가 자신의 점포 운영현황을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서울 용산에 위치한 주택가 입지의 ‘CU 한강로OO점’은 점포분석 보고서 통해 최근 식재료와 가공식품의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담당 SC와 가맹점주는 먹거리 수요에 대응해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굽는 ‘베이커리’를 도입했다.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특히, 저녁과 심야 시간대 점포를 찾는 고객이 전체 객수의 50%가 넘는다는 점에 주목, 저녁 시간대에 빵을 집중적으로 구웠다. 그랬더니 빵과 함께 유제품, 치즈 등이 연계 판매되면서 한 달 만에 일매출이 약 10%나 상승했다.
빅데이터팀의 데이터 분석이 상품으로 빛을 발한 사례도 있다. 빅데이터팀은 매월 ‘유통 동향 리포트’를 통해 SNS와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는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MD들이 앞으로 대세가 될 트렌드를 잡아 상품으로 기획한다.
CU가 롯데푸드와 손잡고 지난해 5월 업계 단독으로 출시한 빵빠레 흑임자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CU가 올해 식음료 업계 주요 트렌드 중 하나였던 할매니얼(할매입맛+밀레니얼 세대)을 겨냥해 롯데푸드와 함께 여름 시즌 한정으로 출시한 상품이었으나 지난달 재출시됐다.
재출시 배경은 이렇다. 최근 가수 시아준수가 빵빠레 흑임자를 먹은 후 유튜브를 통해 맛을 극찬하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온라인상에서 소위 ‘CU 원정대’라 불리며 CU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화제가 됐다.
소비자들이 CU를 돌아다니며 제품 발주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 펼쳐졌고 한 달 사이 팬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개인 SNS, CU의 공식 SNS에서 모두 흑임자 빵빠레 관련 큰 버즈량이 나타났다.
이에 상품이 단산된 후 급증한 버즈량 추이를 캐치한 빅데이터팀이 MD에게 제보하면서 MD는 보다 신속하게 제조사와 협업해 지난달 흑임자 빵빠레를 재출시할 수 있었다.
박준용 BGF리테일 빅데이터팀 팀장은 “편의점은 대형마트, 슈파마켓 등 다른 유통채널과 달리 고객층이 매우 세분화돼 있고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고객의 구매 패턴을 읽는 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편의점은 점포마다 판매 데이터의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해 나감으로써 고객 편의를 돕고 점포 수익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지난해 데이터 경영 부문을 출범하고 현대카드 출신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승묵 부문장을 영입했다.
초히트 상품을 미리 파악해 점포의 상품 구색을 돕는 것은 물론,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여름 출시한 빅볼아이스컵은 하절기 온도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상품이다. 이 제품은 일반 얼음컵보다 녹는 시간이 70분 정도 더 걸린다.
여름철 얼음컵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에 착안해 선보였다가 대박을 터뜨렸다.
GS25는 날씨 데이터를 적극 활용 중이다. 각종 절기 등의 판매 데이터를 매주 분석해 전 가맹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동절기 상품인 호빵, 군고구마 등은 혹한기보다 일교차가 가장 큰 시점인 10월에 매출이 가장 높다. 이를 활용해 GS25는 관련 판매 집기의 정비를 9월 말에 마친다.
김욱 GS리테일 데이터분석 팀장은 “데이터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며 “앞으로 GS리테일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확보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캐내고 분석해 황금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