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 반등 가속도…반 년여 만에 3%대로 올라서
느슨한 DSR에 영끌족 주목…차주 부담 가중 우려
국내 보험사들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최근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반 년여 만에 다시 3%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대출 금리가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자 그 영향이 다른 금융권으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보험사 대출은 은행에 비해 규제 장벽이 낮아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수요가 몰렸던 만큼, 이자율 인상에 따른 차주들의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의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3.00%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2.90%)보다 0.10%포인트 오른 수치다.
보험업계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기준금리가 0%대로 내려간 이후 줄곧 하향세를 이어 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까지 내리며 우리나라에서도 사상 첫 제로금리 시대가 열렸던 지난해 5월 3.06%였던 보험사들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같은 해 6월 3.00%, 7월 2.88%, 8월 2.83% 등으로 하락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2.90%로 반등하더니 이제 3%대를 회복하며 상승세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보험사별로 보면 우선 푸본현대생명의 같은 조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69%로 최고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NH농협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의 해당 이자율이 각각 3.18%와 3.15%로 3%대를 나타내며 높은 편이었다. 이밖에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보험사들의 관련 금리는 ▲흥국생명 2.93% ▲삼성화재 2.91% ▲삼성생명 2.90% ▲교보생명 2.88% ▲KB손해보험 2.86% ▲한화생명 ▲2.78% ▲신한생명 2.69% 등 순이었다.
이런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반등세는 보험사보다 은행에서 먼저 감지됐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보험업계보다 두 달여 앞선 지난해 8월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0.80%까지 낮아졌던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같은 해 11월까지 석 달에 걸쳐 0.90%로 올라선 뒤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0%대 기준금리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오르고 있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금융권에 미친 충격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대목은 국채 금리다. 코픽스 등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산정에 있어 기초가 되는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국채 금리는 보통 기준금리와 비례해 움직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은 기준금리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다는 금융 시장의 판단과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충격도 최악을 넘겼다는 심리가 더해지면서 국채 금리는 역대급 저금리에도 오히려 오르는 추세다. 실제로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4분기에만 1.107%에서 1.335%로 0.228%포인트나 상승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금융사들이 부족해진 유동성을 메꾸기 위해 대량의 채권을 쏟아내고 있는 현실도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채권을 발행하면서 부담해야 할 이자가 늘었고, 이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이 확대되면서 대출 금리에 상승 압박이 가해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규제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상승시킨 원인으로 거론된다. 치솟는 집값을 따라잡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산다는 이른바 영끌 대출 열풍이 불자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을 상대로 대출을 둘러싼 속도조절을 요구하면서다. 이에 금융사들이 대출에 제동을 걸기 위한 수단으로 이자율 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규제는 보험사의 대출 이자율 반등에 남다른 시선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에 규제가 집중되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대출이 가능한 보험업계로 대체 수요가 쏠리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돼 왔다. 이를 반대로 보면 대출 금리 상승 시 은행보다 보험사로부터 돈을 빌린 차주들의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사가 내준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은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45조2724억원에서 47조7999억원으로 5.6%(2조5275억원) 늘어난 상태다.
이는 연간 부채 상환액을 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보험사 대출이 상대적으로 여유롭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은행 담보대출에 DSR 40% 제한을 적용했다. 그러나 보험사를 비롯한 비은행 금융사 대출의 DSR 상한선은 60%였다.
이는 보험사에서 대출을 받으면 은행보다 최대 1.5배까지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보험업계 DSR 규제 역시 조만간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강화된다는 소식은 고객들의 발걸음을 더욱 분주하게 만들고 있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대출에 대한 DSR 상한을 올해 50%, 내년 40%로 조정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 대출은 아직 은행에 비해 시장 규모가 훨씬 작지만, 차주의 성격을 감안하면 위기 시 실질적인 충격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DSR 한도를 꽉 채운 차주들에 대해 선제적인 건전성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