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당대회 '핵·경제 병진 노선' 재확인
예고했던 '새로운 투쟁노선', 사실상 無
당 규약 개정…"南에 강압적 태도 전망"
"北 비핵화·한반도평화프로세스 기대난망"
"힘겨운 정면돌파전을 각오해야 한다"
1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 제8차 당대회를 마무리지으며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개회 8일 만에 마무리된 이번 당대회는 국방력 강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개의 화두로 요약된다. 사실상 지난 2016년 7차 당대회 당시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그대로 따르는 모양새다.
북한이 8차 당대회를 앞두고 '새로운 단계의 투쟁노선과 전략·전술적 방침'을 예고한 것에 비하면 '우려먹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당 규약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평화수호" 명시
8차 당대회에서 그나마 '새롭다'고 평가할 만한 내용은 당 규약 서문 개정이 거의 유일하다. 김 총비서는 당 규약 서문에 '국방력 강화' 관련 내용을 추가하며 '책임적인(책임감 있는) 핵보유국'을 천명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개정된 당규약 서문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정된 서문이 "강위력(强偉力)한 국방력에 의거하여 조선반도의 영원한 평화적 안정을 보장하고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앞당기려는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비서는 당대회 결론으로 "국가방위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는 것을 중요한 과업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한다"며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며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사업총화보고(결산보고)에서 △핵잠수함 △군사정찰 위성 △극초음속 탄두 등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을 시사한 바 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성과적 측면에서 경제 쪽이 크게 미달됐다고 했으니 군사적 성과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장 미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날 연구소를 통해 발표한 논평에서 "북한이 핵·미사일에 기반한 우월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정세 안정뿐만 아니라 조국통일도 실현하겠다는 노선을 채택했다"며 "향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남한에 대해 더욱 강압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개념' 강조
김 총비서는 당대회 이전부터 예고해온 '경제발전 5개년 계획' 관철을 주문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경제 발전의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반드시 수행하기 위한 결사적인 투쟁을 벌여야 한다"면서도 구체적 목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대회를 앞두고 경제개발 '전략'이 아닌 '계획'을 예고했다며 구체적 목표를 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었다. 하지만 북한 매체에 따르면, 공식 제시된 목표는 △평양 5만 세대 주택 건설 △검덕지구 2만5000 세대 건설 △시멘트 800만t 생산 등에 불과하다.
다만 김 총비서는 "5개년 계획의 중심 과업은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경제발전의 관건적 고리로 틀어쥐고, 기간 공업부문들 사이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개념적 얼개'를 제시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김 총비서가 당대회 결론으로 내세운 3대 키워드인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을 언급하며 "향후 5년 동안 그들 방식대로 경제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당대회 논의 내용을 온전히 공개하지 않은 만큼 구체적 목표를 '비공개 처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결정서 전문 등을 봐야 (경제계획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민현실에 맞춰 실현가능한 수준으로 계획목표를 잡았다면 '휘황한 설계도'로서의 5개년 '전략'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외용으로 공표하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칙론'에 그친 대외 메시지
북한은 대외 전략과 관련해선 △팃포탯(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 △남북합의 이행 촉구 등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7차 당대회 당시 대미·대남 메시지를 쏟아낸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전체적으로 "수위조절을 했다"며 새롭게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책임감 있는 핵보유국'을 천명하며 정면돌파 기조를 재확인한 것은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취지라는 평가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8차 당대회 결론이 가깝게는 지난 2019년 12월 발표된 '정면돌파 노선'의 재확인"이라며 "내부 기반을 다지면서 핵능력을 앞세워 결국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적대시 정책 철회, 제재 무력화 등을 얻어내겠다는 '힘겨운 정면돌파 노선'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8차 당대회를 통해 지난 당대회에서 거론했던 '동방의 핵대국' '핵·경제 병진노선'을 사실상 재소환했다며 "역행적 행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