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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추대' 그림 그리는 박영선…민주당은 뜨뜻미지근


입력 2021.01.07 14:33 수정 2021.01.07 14:35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당의 위기' '희생' 강조하며 구원투수 명분쌓기

민주당 인사들의 출마요청 있다면 시너지 효과

친문 우상호 상대로 경선 시 이점으로 작용

출마 전 '추대' 분위기 기대하지만, 당은 관망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결단시점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지급 등 직무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출마 명분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읽고 있다. 분위기를 먼저 띄우고 출마선언으로 화룡점정을 찍는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박 장관이 원하는 역할은 '구원투수'다. 전세대란과 집값 상승, 추미애·윤석열 갈등, 코로나19 대유행 등 악재가 겹치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위기상황임은 분명하다. 이를 반영하듯, 야권과 비교해 민주당에서는 후보 기근 조짐마저 나오고 있다.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겠다는 명분이 성립할 수 있는 배경이다.


박 장관의 발언에서 이 같은 의도가 드러난다. 박 장관은 지난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상황이 좋다면 그냥 중기부 장관 직을 계속하겠다고 하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제가 희생해야 한다면 해야 한다"고 '희생'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날 MBC라디오에서는 "민주당 상황이 안 좋아졌기 때문에 출마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보다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필요한 것은 민주당 내에서의 호응이다. '박 장관이 아니면 서울시장 선거가 힘들어진다'며 민주당이 모셔가는 형태가 나오면 금상첨화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박 장관은 아마 민주당과 당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장고 끝에 출마결단을 내리는 그림을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무엇보다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박 장관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다른 민주당 후보들과 비교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경선승리를 장담하긴 이르다. 경쟁자인 우상호 의원은 86계를 대표하는 다선중진으로 당내 세력이 만만치 않다. 더구나 박 장관은 지난 대선경선 당시 마지막까지 문재인 후보의 반대편에 섰던 과거가 있다. 경선이 시작되고 당내 분위기가 친문성향인 우 의원 쪽으로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인사들은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의 '추대'를 바라는 박 장관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관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우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 외에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이나 움직임은 딱히 없다.


서울이 지역구인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두 분 모두 당의 소중한 자원들인데 공개적으로 특정 누군가를 지지해 다른 쪽에 척을 질 이유가 없다"며 "박 장관이 출마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경선국면에 들어가야 의원들이나 당원들의 움직임이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재보선기획단은 7일 서울시장 경선룰을 확정했다. 권리당원 50%, 일반선거인단 50%를 투표결과에 반영하며, 당헌당규에 따라 여성·신인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후보자가 3명 이상일 경우 결선투표를 치르지만, 제3후보 등장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설연휴 전에 시작되며 2월 말에는 후보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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