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위기' '희생' 강조하며 구원투수 명분쌓기
민주당 인사들의 출마요청 있다면 시너지 효과
친문 우상호 상대로 경선 시 이점으로 작용
출마 전 '추대' 분위기 기대하지만, 당은 관망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결단시점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지급 등 직무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출마 명분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읽고 있다. 분위기를 먼저 띄우고 출마선언으로 화룡점정을 찍는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박 장관이 원하는 역할은 '구원투수'다. 전세대란과 집값 상승, 추미애·윤석열 갈등, 코로나19 대유행 등 악재가 겹치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위기상황임은 분명하다. 이를 반영하듯, 야권과 비교해 민주당에서는 후보 기근 조짐마저 나오고 있다.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겠다는 명분이 성립할 수 있는 배경이다.
박 장관의 발언에서 이 같은 의도가 드러난다. 박 장관은 지난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상황이 좋다면 그냥 중기부 장관 직을 계속하겠다고 하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제가 희생해야 한다면 해야 한다"고 '희생'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날 MBC라디오에서는 "민주당 상황이 안 좋아졌기 때문에 출마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보다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필요한 것은 민주당 내에서의 호응이다. '박 장관이 아니면 서울시장 선거가 힘들어진다'며 민주당이 모셔가는 형태가 나오면 금상첨화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박 장관은 아마 민주당과 당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장고 끝에 출마결단을 내리는 그림을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무엇보다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박 장관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다른 민주당 후보들과 비교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경선승리를 장담하긴 이르다. 경쟁자인 우상호 의원은 86계를 대표하는 다선중진으로 당내 세력이 만만치 않다. 더구나 박 장관은 지난 대선경선 당시 마지막까지 문재인 후보의 반대편에 섰던 과거가 있다. 경선이 시작되고 당내 분위기가 친문성향인 우 의원 쪽으로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인사들은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의 '추대'를 바라는 박 장관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관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우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 외에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이나 움직임은 딱히 없다.
서울이 지역구인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두 분 모두 당의 소중한 자원들인데 공개적으로 특정 누군가를 지지해 다른 쪽에 척을 질 이유가 없다"며 "박 장관이 출마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경선국면에 들어가야 의원들이나 당원들의 움직임이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재보선기획단은 7일 서울시장 경선룰을 확정했다. 권리당원 50%, 일반선거인단 50%를 투표결과에 반영하며, 당헌당규에 따라 여성·신인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후보자가 3명 이상일 경우 결선투표를 치르지만, 제3후보 등장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설연휴 전에 시작되며 2월 말에는 후보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