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플라스틱 폐기물 급증
친환경 포장재로 교체하는 등 감축 활동 앞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성장한 온라인 쇼핑과 배달의 일상화로 쓰레기가 급증하면서 ‘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유통가는 쓰레기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감축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을 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스테인리스 빨대를 교체하고, 화장품은 소분하는 곳에서 직접 용기에 담아가는 소비를 장려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아예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의류도 등장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갈수록 탄력이 붙고 있는 유통업계의 친환경 행보에 대해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식품·외식업계가 일회용 쓰레기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친환경 소비를 지향하는 ‘그린슈머’를 겨냥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배달·배송이 급증하면서 쓰레기 문제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플라스틱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지방자치단체 수거량 기준으로 하루평균 853만여톤에 달했다. 2019년(하루평균 744만톤)에 비해 수거량이 109만톤(14.6%) 늘었다.
폐기물 발생량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 인 것으로 분석된다.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배달 주문이 급증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페트병 같은 폐플라스틱이 크게 늘었다.
문제는 배달음식 이용건수가 많아질수록 플라스틱과 비닐, 종이, 발포수지 등 생활폐기물 발생량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외식 분야는 플라스틱, 종이, 비닐, 스티로폼 등 다양한 형태의 포장재가 활용되고 있는 상황인 데다, 언택트 소비 특성에 따라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곳은 사실상 거의 사라진 실정이다.
외식업계는 일회용품을 줄이고 친환경 포장용기로 대체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배달의 민족’(배민)은 지난 2019년 앱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이용자가 일회용 수저·포크 수령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배달음식점을 위한 친환경 용기도 판매하고 있다. 배민은 배달 음식점 전용 소모용품 쇼핑몰 ‘배민상회’를 통해 친환경 종이 용기를 제공, 업주들의 환경보호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배민 관계자는 “배민상회의 친환경 제품은 대부분 옥수수 추출물 같은 천연 소재로 만들어 180일이면 생분해돼 자연 상태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도 다회용컵 사용을 활성화 하고 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량을 줄이는데 힘쓰고 있다. 음료를 젓는 막대는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이 역시 최소화 하기 위해 종이 등의 재질로 변경하거나 빨대 없이 마실수 있는 컵뚜겅 등으로 교체하는데 속도를 내는 중이다.
맥도날드는 오는 2025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생 가능하거나 재활용된 원자재를 사용한 포장재로 전환하고, 포장재에 사용되는 잉크도 천연 잉크로 전면 교체할 계획이다.
식품업계는 제품을 포장하는 패키징 교체 작업이 활발하다. 포장재 과다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설계단계부터 포장재를 최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기의 두께를 줄인 것이 대표적이다.
폐기가 어려운 빨대 등을 제거하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매일유업은 어린이 요구르트인 ‘엔요’에 부착된 빨대를 제거했다. 2017년 부착된 빨대는 엔요의 시장 점유율을 이끄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3년 만에 자취를 감추게 됐다.
라면업계 역시 컵라면의 용기를 적극적으로 교체해 나가고 있다. 기존 폴리스티렌(PS)에서 특수종이 재질로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농심 큰사발면 중 튀김우동, 우육탕, 새우탕, 육개장, 김치 등 큰사발면 5종의 용기를 교체한 바 있다.
과자를 담는 패키지도 변화하고 있다. 제과 업체중에서는 오리온이 가장 적극적이다. 오리온은 포장재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포장 인쇄에 사용하는 잉크 사용량을 줄여 친환경 기조를 실천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70억원을 투자해 도입한 플렉소 인쇄설비로 포장재를 생산 중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포장재 사용량 중 60% 수준이다. 오리온은 기존 그라비어 인쇄방식 대비 잉크와 유기용제 사용량을 약 500톤 가량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생수업계에선 ‘무라벨 생수’ 도입이 최대 화두다. 국내에서 무라벨 생수를 가장 먼저 도입한 기업은 롯데칠성음료다.
롯데칠성음료는 올초 ‘아이시스8.0 ECO’ 상품을 출시했다. 라벨을 넣지 않고 페트병에 음각 형태로 브랜드를 넣은 상품이다. 지난 6월에는 제품군을 500ml로 확대했다.
맥주 페트병은 끝내 답을 못 찾았다. 맥주는 직사광선과 외부 산소 등에 취약해 페트병이 단순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3중막 다층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이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대체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맥주업계는 대체재 개발의 어려움을 호소해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5년 유예 기간을 받았다. 기간 내에 맥주 페트병의 재질을 재활용이 쉬운 소재로 바꿔야 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친환경을 넘어 반드시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필(必)환경을 중요시하는 이른바 ‘그린슈머’가 크게 늘면서 업계에서도 관련 포장재 기술 개발과 포장재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향후에도 식품업계의 친환경 행보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