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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K방역' 심취해 백신 확보 실패…'값싼 백신' 고집도 원인


입력 2021.01.04 14:13 수정 2021.01.04 15:43        박정민 기자 (Grace5@dailian.co.kr)

세계 주요국 지난 달 접종 시작…한국 최근 계약만 마쳐

지난 해 9월 제출 정부 예산안에 백신 구입비 0원

'K방역 심취'·'값싼 백신' 고집 등 원인 전문가 진단

한국이 백신 없는 겨울을 보내게 됐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부가 K방역에 심취한 나머지 '백신' 마저도 필요없다는 생각에 빠져 한국이 백신 없는 겨울을 보내게 됐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세계 주요국들은 지난 달부터 이미 美 제약회사 화이자 백신을 비롯해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을 접종하고 있지만 한국인들은 접종할 백신이 없는 상황이다.


4일 세계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지난 달 8일부터 이미 화이자 등의 백신 접종을 시작한 바 있다. 뒤이어 미국, 유럽연합(EU) 가입국,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도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G20 가입국이며 경제력으로 세계 10위를 달리는 한국이지만 OECD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백신 접종은 아직도 아연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달 31일 총 56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위한 계약을 마쳤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물량 도입 시기, 접종 시기 등의 사항은 미정인 상태다.


백신을 확보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들은 이미 지난 해 여름부터 경쟁적으로 백신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달 20일 "백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7월에는 국내 확진자 수가 100명 수준이어서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그 당시에도 이미 겨울철 대유행 가능성을 예고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겨울 대유행에 대비하라고 경고했고 코로나19에 대한 최종 해결책은 결국 백신이라는 지적이 잇달았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값싼 백신'을 고집한 것도 백신 지연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1회분 기준 모더나 백신 가격은 32~37달러(약 3만5000~4만1000원)다. 화이자와 얀센은 각각 19.5달러(약 2만1500원), 10달러(약 1만900원)다. 지난해 11월 27일 정부가 가장 먼저 계약을 체결한 아스트라제네카(1000만명 분)는 3~5달러(약 3000~5500원)에 불과하다.


관계자는 "해마다 정부는 무리한 저가 입찰을 고집해왔고 독감 백신 접종 중단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며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길 원하는 한국에 먼저 공급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청와대와 정부가 연내 백신이 개발돼 나올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애초 정부가 지난 해 9월 제출한 2021년도 예산안에 코로나19 백신 구입비는 전혀 편성되지 않았었다.


이후 야당의 문제 제기로 4차 추가 경정예산으로 1839억원, 2021년도 예산안으로 9000억원이 반영됐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예산안에 없었던 것은 정부와 여당에서 백신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는 얘기"라면서 "K방역 홍보비로 1200억 원을 쓸 것이 아니라 진작 예산안에 포함시켰으면 이렇게 뒤처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정민 기자 (Grace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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