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李 사면론 찬반갈등에 선 긋기
과거엔 "전직 대통령 사면불가" 주장도
'원칙적 반대' 견지하며, 靑 기류 파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나까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사면권을 지닌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극단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사안에 뛰어들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새해를 맞아 발표된 다수의 여론조사에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나 윤석열 검찰총장과 비교해 지역과 연령, 정치성향별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찬반이 갈라지는 현안에 입장을 표명해 지지자 이반을 불러올 이유가 없다. 더구나 사면은 이 지사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사안도 아니다.
실제 이 지사는 최근 여야 혹은 좌우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현안에 선을 그어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국면에서 원론적인 '검찰개혁'만 주장했을 뿐, 명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백신확보나 방역 문제에 있어서도 성패를 논하기 보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소극적 재정기조를 비판하는 우회적인 입장을 취했었다.
같은 맥락에서 이 지사가 전직 대통령 사면에 그간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는 점이 유보의 배경으로 꼽힌다. '원칙적 반대'지만 굳이 끼어들진 않겠다는 의미다. 이 지사는 2017년 3월 '촛불혁명 완수를 위한 6대 과제'를 제안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사면 불가 방침을 공동으로 천명하자"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낙연 대표가 청와대와 교감 후 사면론을 꺼내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칙적 사면반대 입장으로 당내 반대여론을 수렴하면서, 동시에 대통령의 사면권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혀 청와대와도 척을 지지않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대표가 12월에만 두 차례 독대를 했는데, 상식적으로 사면 논의가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심정적으로는 반대하지만, 사면은 문재인 정부에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할 문제이고 지금 그 시기가 다가온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