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극좌파와 중도 사이' 이재명의 아슬아슬 외줄타기


입력 2021.01.02 06:00 수정 2021.01.02 07:4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복수의 여론조사서 차기 대선주자 1위로 부상

'분배'로 좌파 사로잡고, '행정'으로 중도 어필

양적확장 성공했지만, 분산된 지지축 위험성

추윤갈등·백신 사안과 거리두며 아슬한 줄타기

이재명 경기도지사ⓒ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차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판도가 결정될 기축년 새해가 밝은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약진하고 있다. ‘허위사실 공표혐의’ 최종 무죄 확정 뒤 지지율 상승흐름을 탄 이 지사는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바짝추격하더니, 1일 새해를 기해 일제히 발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순위가 뒤바뀐 결과가 나오고 있다.


실제 <조선일보>가 칸타코리아 의뢰로 지난달 27~30일 전국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이 지사는 18.2%로, 이 대표(16.2%)와 윤석열 검찰총장(15,1%)을 따돌리고 선두로 나섰다. 또한 여권후보 적합도만 따로 봤을 때 이 지사는 26.4%로 이 대표(16.5%)와 비교해 의미있는 격차를 보였다.


<서울신문>과 현대리서치연구소가 지난달 28~30일 전국 성인 1,012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차이가 더 벌어졌다. 이 지사는 26.7%로 윤 총장(21.5%)과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전을 벌인 반면, 이 대표(15.6%)와는 10%p 이상으로 격차를 벌렸다. <한겨레>와 케이스탯리서치가 지난달 27~29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 지사 지지율이 23.8%로 오차범위 밖에서 윤 총장(17.2%)과 이 대표(15.4%)를 모두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징적인 것은 다른 주자들과 비교해 이 지사가 다양한 지역과 연령층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성향별로도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서 가장 높았고,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지지층 일부도 이 지사에 호감을 보이는 등 외연확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낙연 대표가 여전히 우위였다.


여론조사 업체의 한 관계자는 "좌우 선형으로 도식화했을 때, 가장 왼쪽에서 이 지사가 강세를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서서히 이 대표가 앞서다가 다시 중간쯤에는 이 지사가 역전하는 형국이다. 중도와 우측으로 갈수록 윤 총장 지지세가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 선점과 시원한 행정이 지지율 상승의 이유로 분석된다. '분배' 아젠다로 진보지지층의 관심을 받는 동시에, 좌고우면 없는 화끈한 행정집행으로 중도와 보수층 일부까지 이 지사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원지 불법시설물 철거, 신천지 교단 압수수색, 선제적 재난지원금 지급 등이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이 지사가 지난 대선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다는 점에서 친문에 반감이 있는 지지층도 일부 흡수하고 있다.


하지만 양적인 확장에도 불구하고 이 지사의 지지기반이 위태롭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눈사람을 만들 듯 단단한 코어를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가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극좌파와 민주당 일부, 중도가 각각 개별적인 축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지지축 자체가 무너져 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감안한 듯 이 지사는 그간 여야 혹은 좌우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사안에는 거리를 둬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치국면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당위적·원론적 주장만 내놓고 관망했던 것과 같은 식이다. 백신 확보 등 K방역 성패에 관한 문제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소극적 재정집행을 질타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되고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주요 현안에 대한 이 지사의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거세질 전망이다.


이 지사 측 여권 관계자는 "기본소득에 동의하는 계층과 이 지사의 행보에 호응하는 지지층이 다르고 교집합도 특별히 없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필요하다"며 "실패할 경우 한 번에 (지지율이) 내려앉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얼음판 걷듯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의 안티태제로 정부를 비판하는데 자유로운 편이지만, 쉽게 못 움직이는 것은 친문 때문도 있지만 지지층이 분산돼 있다는 이유도 크다"고 덧붙였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정계성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