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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를 어쩌나…돌아온 '야당의 시간'에 고민 깊은 국민의힘


입력 2020.12.31 03:00 수정 2020.12.31 05:23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文 "야당 동의 없이 불가능"이랬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野 동의 하나도 없는 공수처

'통과의례' 청문회 되더라도 '송곳 검증' 예고

'권력형 비리 수사 어떻게?'…중립성 최대 쟁점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인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으로 지명하면서 공수처의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서게 됐다.


'야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것을 알고 있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게, 공수처가 시작부터 끝까지 야당의 동의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한채 출범하게 된 모양새다.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배제된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의 마지막 단계인 공수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야당 원내대표와 만나 '야당이 반대하지 않는 인물로 하겠다'고 약속하더니, 야당 추천위원 추천권마저 원천 박탈하며 여당 주도로 후보 추천을 강행했고, 끝내 야당이 반대하는 인물을 공수처장에 내정했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에 참여할지 여부를 두고 고민이 깊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비토권 박탈과 △부실한 공수처장 후보자 검증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공수처장 인사청문회에 대해 "최악을 피하기 위해 검증할 것이냐는 나중에 결정할 것"이라고 했었다.


공수처 자체에 대해 '위헌'이라는 입장으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출범 과정에 동조하게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이후 지금까지 야당의 동의 없이 26명의 장관을 재가한 만큼, 공수처장 청문회 역시 단순한 통과의례로 지나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됐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나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저희들은 방기하진 않을 것이다. 철저히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힘으로 공수처의 출범을 막을 수 없게 된 만큼, 야당의 의무인 검증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지명 이전에 이뤄진 이 인터뷰에서 김진욱 후보자가 지명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면서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이 하는 것과 똑같은 행태를 공수처장이 보일 확률이 대단히 높다"며 "우리나라 사정 기관이 완전히 무력화가 되는 것이고 국가 사법체계가 엉망이 되는 걸 의미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따라 김진욱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그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물이냐 하는 것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다 '눈엣가시' 처지가 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그의 평가와 현재 진행중인 권력형 비리 수사에 대한 그의 입장 등을 따져 물을 계획이다.


야당은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꼽히는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감사 방해 사건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을 공수처가 가져가 수사한다면 부실 수사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한편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근하는 길에 취재진을 만나 "공수처 출범에 관한 국민의 기대와 걱정을 잘 알고 있다"라며 "공수처가 출범하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우려는 서서히 불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1일부터 사무실에 출근해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준비에 착수한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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