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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떼고 소통하자'…수평적 기업문화가 '대세'


입력 2020.12.26 06:00 수정 2020.12.24 14:06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산업계 '직급체계 간소화' 급물살…경영환경 급변 대응능력↑

성과별 보상, 인재발탁 활성화 유리…섣부른 도입 '독' 될수도

지난 10월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내 기업들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전통적 서열을 폐지하는 직급체계 간소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성과·소통 중심의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자유로운 사고의 발산이 가능한 업무환경을 조성해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 속에서 대응능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임원계층의 직급을 폐지해 부사장, 전무, 상무가 아닌 본부장, 실장 등 직책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위계의식을 극복하고 수평적 기업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직책 중심의 인사를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은 기존 6단계(4을 사원-4갑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로 운영하던 사무기술직 직위·호칭 체계를 3단계(사원-선임-책임)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직원들의 승격 부담을 낮추고 과도한 경쟁보다는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조선업 특성을 살려 업무 몰입도를 높이겠다는 판단이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사원-대리-과장-부장을 모두 '피엠(PM·Professional Manager)'이라는 통합된 새 호칭으로 대체하고, 단일 직급화를 도입해 승진 개념을 없애기로 했다.


피엠은 '스스로 업무를 완결적으로 관리하는 프로페셔널한 구성원이 되자'는 의미를 담았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밖에 현대중공업, 동국제강, 르노삼성자동차 등 산업계 곳곳에서도 직급 간소화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앞서 산업계 '맏형'인 현대차그룹, 삼성전자, SK그룹 등도 직급체계를 간소화 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부터 신입사원부터 부장까지 PM으로 호칭을 통일하며 직급을 단일화하고 승진 개념도 없앤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산학계는 기업들이 직급체계 간소화에 나선 배경에 학력과 근속 중심의 조직운영으로는 지금의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성과에 따른 보상 지급과 계층을 뛰어넘는 인재 발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직급이 세분화된 수직적 구조 보다는 수평적 조직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이승형 서강대 경영학 박사는 "직급단순화는 수평적 조직문화에 따른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고 결제단계가 줄어들어 스피디한 경영이 가능해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고 탄력적인 인사 관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조직원들의 승진에 대한 압박감 및 승진 누락자의 불만이 해소되고, 정기적인 승진심사에서 소요되는 유무형의 비용 감축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섣부른 직급 간소화는 업무조정 및 주도권 갈등의 빈발, 직원들의 승진기회 축소로 인한 동기저하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표면적으로는 직급 간소화를 이뤘더라도 개편된 직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설계가 없으면 근본적으로 연공과 학력에 의한 조직운영은 바뀌지 않는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 박사는 "기업문화가 위계를 중심으로 이뤄져있고 상하 강한 복종과 질서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러한 문화가 정착된 기업은 호칭파괴나 직급 축소를 시도하는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급체계가 축소되면 승진기준이 달라지므로 보상체계도 전면적인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며 "직급체계는 변했지만 인사제도 변화가 미흡하면 직원들의 큰 반감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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