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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보행로봇’에 꽂힌 이유


입력 2020.12.18 06:00 수정 2020.12.18 09:42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바퀴’ 한계 뛰어넘는 활용성 '무궁무진'…스마트 모빌리티 혁신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요소…인간과 똑같은 행동·외관·눈높이 가능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왼쪽)과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이미지 ⓒ보스턴 다이나믹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사재까지 투자하며 세계 최고 보행로봇 업체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지배지분을 확보해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행로봇은 '바퀴'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궁무진한 활용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나아가 미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핵심 기술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잇따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로봇 업체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 80%를 8억8000만 달러(약 9600억원)에 인수했다. 특히 정 회장은 사재 약 2400억원을 출연해 지분 20%를 직접 보유한다.


아울러 지난 15일 단행된 정 회장의 첫 임원인사에서는 로봇 전문가의 전진 배치가 이뤄졌다. 로봇 기술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거듭 확인된 대목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홍보 영상 ⓒ보스턴 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처

산학계에 따르면 로봇이 이동하는 방식은 바퀴를 이용하는 '주행방식'과 인간 및 동물의 걸음걸이와 유사한 '보행방식'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주행방식은 이동속도가 빠르고 높은 기술력을 요하지 않는다는 장점 덕분에 현재도 산업현장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바퀴 특성상 노면이 고르지 않은 복잡한 지형에서는 사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보행 방식은 바퀴가 아닌 다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산악지형, 계단, 자갈밭, 붕괴현장 등 불규칙한 지형에서도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다리 4개를 이용해 이동하는 '4족 보행 로봇'은 이동 과정에서 4개의 다리 중 하나만 공중에 떠있고 나머지 3개의 다리는 몸체를 지탱하는 구조덕분에 균형감각이 좋고 높은 중량도 감당할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구모델)'이 발에 차이고도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처

이에 4족 보행 로봇은 재난 구조 현장 지원, 군 물자 수송 물품 등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한 현장에서 물건을 옮기는 임무를 주로 수행해왔다.


최근에는 로봇 팔, 센서 등 기타 장비들을 추가 장착해 보안·감시·정찰·검사·청소 등 이동 기능이 필요한 모든 분야로 활용성을 넓혀가는 추세다.


실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미국 공항 터미널 공사 현장에서 보안용 로봇으로 사용됐고, 해상 유전에서 폭발·화재·가스 누출 등의 사고 위험성을 점검하는 작업에 투입되기도 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시연 영상 ⓒ보스턴 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처

두 다리로 걷는 2족 보행 로봇은 4족 보행 로봇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고 무게 지탱력도 낮다. 또한 사람과 비슷한 자연스러운 걸음걸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지에서는 2족 보행 로봇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있다. 인간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2족 보행 기술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2족 보행 로봇의 장점으로는 뛰어난 순발력과 방향 전환 능력이 꼽힌다. 아울러 수평점유면적이 적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평가다. 인간이 두 다리로 가지 못하는 곳이 없듯이 2족 보행 로봇도 다양한 종류의 지면·지형에서 활약할 수 있으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로봇 팔'을 장착할 공간도 충분하다.


산학계는 2족 보행 로봇이 이같은 장점들을 바탕으로 인간이 생활하는 곳에서 함께 머물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계단, 문, 비좁은 통로 등 장애물이 많은 생활·주거 공간에서도 인간과 동일한 방식으로 돌아다니며 똑같은 눈높이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시연 영상 ⓒ보스턴 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처

아울러 심미성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로봇이 인간의 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외관상 친근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같은 측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똑같은 2개의 다리를 가져야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은 경제성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부 작업에 특화된 로봇을 여러대 구비하는 것 보다 범용 로봇 한 대를 활용하는 편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이 실제 사용하는 도구와 기계까지 조작할 수 있게 되면 활용성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엽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및 부품 제조, 물류 등에 기반을 두고 있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활용도가 어느 기업들보다도 높을 것"이라며 "보스턴 다이나믹스 로봇의 역학적 정교함은 자율주행 차량 개발과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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