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은행 예대 금리 차 완화에 신경 써 달라"
실제 마진은 '역대 최악'…과조한 시장 개입 논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대 시중은행 간부들을 불러 모아 예금과 대출 이자율의 차이인 예대 마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 수익을 거둬가면서, 서민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자 마진 효율은 코로나19가 불러온 제로금리로 인해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여론만을 의식해 지나친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과 가진 화상 간담회에서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하소연이 있다"며 "예대 금리 차 완화에 마음을 써 주셨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 자리에는 강석곤 국민은행 전무와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 강성모 우리은행 부행장, 황효상 하나은행 부행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건물을 임대하시는 분께는 임대료에 붙는, 그 분들이 건물을 지을 때 은행에 대출을 받았을 경우가 있을 것이고, 임차인들 또한 은행 대출을 받아서 가게를 임차한 경우가 있을 것인데 그런 분들의 금융부담 이자부담을 줄여 달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금융 부담을 경감하는데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은행의 예대 마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은행의 예대 마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여당 차원의 전략적 압박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같은 날 오전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부동산 폭등을 막기 위해 대출을 옥죄다보니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시중 대출 금리만 상승한다"며 "대출 금리가 높아지는데 예금 금리는 제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균 예금금리가 연 1%이고, 신용대출 금리가 3.1%라고 하면, 예대마진이 2.1%가 된다"며 "가계부채가 사상최고인 1682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은 연 35조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앉아서 챙기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에 대해 실상과 다소 동떨어진 해석이란 불만이 나온다. 여당의 말처럼 은행들이 이자 마진을 통해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건 아니란 하소연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이 올해 3분기까지 기록한 순이자마진(NIM)은 1.40%로, 지난해(1.56%)보다 1.16%포인트 하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실정이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떨어질수록 예대 마진이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은행들의 이자 마진이 악화된 이유는 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시장 금리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는 이런 저금리 기조 심화에 결정타가 됐다. 안 그래도 기준금리가 인하 국면에 접어들던 와중, 코로나19 사태로 유례 없는 제로금리 시대가 갑작스레 열린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떨어뜨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경제의 침체가 심화하자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선 모양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였던 기준금리를 1.50%로 내려 잡았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이어 한은은 같은 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리면서 조정을 가속화했다.
이 정도가 바닥일 줄 알았던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다시 한 번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곤경에 빠진 자영업자 등의 짐을 덜어야 한다는 정부와 여당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은행이 억지로 금리를 낮추면 대출을 둘러싼 리스크가 커지면서 나중에 금융권 전체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 마진을 축소하라는 여당의 압박은 금융 논리에 따른 것이라기 보단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며 "시장에서 결정되는 대출 금리를 은행이 인위적으로 낮추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