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 통한 현금유입 11.8조원 증가…현금 확보 주력
“정부, 기업 투자심리 반전시킬 선제적 정책 마련 필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3.9조원 순유입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해 기업들의 차입의존도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재무활동 현금흐름 증가 폭(8.2조원)은 영업활동 현금흐름(5.9조원)을 상회했는데 이는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기업들의 차입의존도가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경연은 주요기업들의 현금성자산 및 차입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에 주목했다.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활동 현금흐름(74.7조원)은 전년 동기대비 23.3조원 증가했으나 동시에 재무활동 현금흐름(-1조원)과 현금성 자산(113.1조원)도 같은 기간 각각 11.8조원, 19.5조원 증가했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기업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지 않고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심리가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증가해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11.6조로 전년 동기대비 3.9%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8% 증가한 35.9조원, 투자는 11.7% 증가한 49.8조원을 기록했다.
다만 3분기 누적 100대 기업 영업이익의 절반(18.4조원, 51.3%)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98개사의 영업이익(17.5조원)은 전년 동기대비 21.9% 급감했다. 투자도 23.7조원으로 3.3% 감소했다.
한경연은 올해 3분기까지의 실적반등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도체 업황의 회복으로 인한 착시효과 영향이 커 본격적인 경기 반등을 낙관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평가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기업들이 올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3분기까지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며 “이에 더해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을 비롯한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향후 전망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이 투자·고용, 생산, 이윤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정부의 선제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