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통과될 경우 윤석열 족쇄 아닌 가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가 가시밭길 가기로 하면 국민, 언론이 공수처 무력화 지원할 것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심심치 않게 겪는다.
민주당의 다수결 ‘무력(武力)’에 의해 공수처법을 포함한, 국민 생활에 직결된 수많은 법안들이 무더기로 통과된 지 하루 만에 그 ‘자매당’인 열린민주당이 민주당 친문 의원 4명과 합작으로 실소를 자아내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한 것이다. ‘현직 검사와 법관이 공직선거 후보자로 출마하기 위해 1년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는 내용의 검찰청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세상에 검찰총장 윤석열 한 사람을 대선에 못 나오게 하기 위해 이런 법률 개정안을 내도되는가? 민주당과 그 ‘2중대’들을 다 아우른 범(凡) 여권이란 사람들은 이제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검찰 개혁’이란 가짜 슬로건으로 윤석열을 잡고 그를 매장시키는 일에만 혈안(血眼)이 돼 있다.
개정안 발의의 주역 열민당 대표 최강욱은 향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주요 구성원(검사, 수사관)이 될 것으로 모두가 점치고 있는 친여 성향의 민변(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으로 조국 사태와 윤석열 사태에서 어느 민주당 의원들보다도 더 노골적으로 윤석열 비난과 조롱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청와대 공직 기강 비서관 재직 시 조국 자녀 입시 비리에 연루돼(아들 인턴 확인서 발행) 윤석열 검찰에 의해 기소된 뒤 재판을 받고 있는 그는 윤에 대한 감정이 극도로 나쁘다. 그는 4.15 총선에 민주당 위성 정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되자 “세상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 주겠다”고 말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전북 남원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군법무관을 한 이 사회의 엘리트라면 엘리트다.
그 엘리트가 윤석열에게 ‘갚아 주기’ 위한 표적 법률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꾸며 ‘2020 하반기 부끄러운 서울대 동문상’ 상위 후보로 떠올랐다.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온라인 투표로 뽑는 자랑스러운 동문에는 최근 윤석열이 압도적 1위를 기록했으며 부끄러운 동문으로는 조국이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강욱은 서울대 법대(윤석열의 7년 후배)를 나왔으나 어쩐 일인지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나 판사를 거쳐 변호사가 되지 않고 군법무관 생활 후 변호사가 됐다가 2년 전 청와대에 민정수석 조국 밑으로 들어갔다. 옛날에 사법시험 준비자들에게 군법무관은 고시 낙방 후 군 복무와 변호사 진출을 위한 차선의 선택이었다.
그는 지난 여름 법무부장관 추미애가 윤석열에 대해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장관의 지시에) 따를 의무가 있고’ 라는 문구가 들어간 법무부 알림을 발표하기도 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글을 올려 윤석열 찍어내기의 배후 인물 내지 조력자라는 의심을 받았다. 수명자 (受命者·법률 명령을 받는 사람)라는 용어는 평소 법무부나 검찰에서는 거의 쓰지 않고 군사재판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최강욱이 군법무관 출신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 김기현은 최강욱의 법안에 대해 “대한민국 입법이 장난감인가? 장난질도 정도껏 해야 한다. 국회 입법권이 권력자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되어버린 현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것은 누가 봐도 윤석열 저격법, 윤석열 표적법이다”라고 개탄했다.
“(최 의원 논리대로라면) 대선에 도전하고자 국정 핑계 대고 돌아다니는 국무총리는 최소한 퇴직 후 2년까지는 출마를 막고,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 가지고 기웃거리는 장·차관의 출마도 막고, 경찰관과 광역단체장도 마찬가지다. (이 법이 적용되면) 헌법에 정해진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직접 침해하고, ‘평등권’마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검사와 판사를 비롯한 공무원들이 선거 90일 전에만 사직하면 출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강욱 자신은 총선을 정확히 한 달 앞둔 지난 3월 16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물러났다. 이날은 4·15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공직자 사퇴 마감일이었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는 공무원은 선거일 30일 전까지만 직을 그만두면 된다.
자기 자신은 이렇게 느슨한 공직선거법을 이용해 놓고 윤석열에게는 엄하게 적용하도록 법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최로윤불(최강욱이 하면 로맨스, 윤석열이 하면 불륜)이다. 그래서 검사와 판사만 규정을 달리하는 최강욱의 입법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 아마도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누군가는 위헌 법률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게 될 것이다. 그 판결이 다음 대선 이후에나 나올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윤석열로서는 이 ‘장난 입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될 경우와 추미애의 징계 청구가 정직 이상으로 결정될 경우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법률적인 대응도 대응이지만, 지지율이 30% 선에 근접하고 있는 여론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민의힘 5선의원 정진석의 말대로, 이젠 자기 스스로 호랑이 등에서 내리기 어려운 기호지세(騎虎之勢)에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임기는(징계의 칼날을 피해 채운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 7월까지이다. 최강욱 법이 현실화되면 다음 대선 2022년 3월이 되기 1년 전에 퇴직해야 하므로 내년 2월까지는 검찰을 나와야 한다. 징계 결정 후 약 2개월 정도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필자보다 머리가 훨씬 좋을 최강욱이 아마 이 계산은 했을 것이다. 징계를 피하게 되더라도 대선에 나가려면 곧 총장 직을 버려야 하니 사퇴 아니면 대선 출마 포기라는 외통수 법안이라고 쾌재를 불렀지 않았을까 한다. 하지만 1년 전 퇴직 조건은 윤석열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는 고집스럽고 눈앞의 것만 보는 성향이 강해 검찰총장 임기를 마치는 것에 일생일대의 목표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윤석열, 당신의 검찰총장으로서의 임기는 공수처라는 ‘괴물 기관’이 이 땅에 진짜로 들어서게 된 마당에 별 의미가 없게 됐다는 사실을 생각해야만 한다. 지금 임기 마치고 안 마치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법을 제멋대로 무시하고 전제(專制) 정치로 가는 586 집권 세력의 폭정에 맞서고 그들의 재집권 기도를 무산시켜야 할 힘을 모으는 데 야권과 언론, 정권에 비판적인 제세력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이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최강욱이 마련해줄 1년은 윤석열에게 오히려 족쇄가 아니라 대선 준비를 더 충분히 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을 벌게 되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가편(加鞭)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3월에 대권 도전 정치인으로 조기 등판(登板)해 그 다음 달에 있을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도 경험하면서 대통령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문제는 최강욱의 윤석열 저격법이 아니라 정권의 윤석열 범법자화이다. 현재의 검찰 내 애완견 검사들이나 추후 공수처 내 민변 출신 검사들이 어떻게든 그를 기소해 유죄가 확정될 경우 피선거권을 상실케 할 수도 있는데, 필자는 이 경우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윤석열이 그런 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절대로 정권에 그렇게 세게 대항하지 못했을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그를 옭아맨다면 언론과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친여 검사들은 물론 앞으로 공수처 검사들이 감히 그런 시도를 할 경우 공수처 설립에 그토록 결사적으로 매달린 문재인 정권의 진의가 만천하에 드러나 민심이 폭발하지 않겠는가?
이 정권이 2020년대 민주 대한민국에서 국민 지지도 1위 후보의 출마가 좌절돼 옥중에서 다른 야권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1960~1980년대식 국제 망신 드라마가 벌어지게끔 어리석은 짓을 하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윤석열은 곧 개인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나서는, 가시밭길 선택의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추미애의 칼춤과 최강욱의 장난이 ‘국민이라는 호랑이 등에 탄’ 그의 결심을 보다 더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으로 옮겨 가고 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