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에 LG-SK 배터리 분쟁 결론 또 연기될 가능성
현대重그룹-대우조선 기업결합 결정도 내년으로 미뤄질 듯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 등 기업들의 명운이 달린 해외 분쟁·심사가 코로나19 여파로 줄줄이 미뤄지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산업계 전반에 리스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수 년간 끌어오고 있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관련 소송 및 기업결합 심사는 최종 결론이 나야만 관련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내년도 경영계획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 재확산세로 관련 일정을 잡는 것마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의 경영부담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2년 가까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다투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론이 오는 10일(현지시간) 공개된다. 앞서 지난 1일 공식출범한 LG화학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출범 이후 ITC에 원고 추가 등록을 하고 관련 침해 소송건을 이어 받았다.
앞서 지난해 4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자사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ITC는 지난 2월 SK 조기패소 결정(예비결정)을 내렸으나 SK의 요청으로 4월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당초 ITC는 10월 5일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나 미룬 끝에 이달 10일 최종 발표를 예고했다.
이번 최종 결론 역시 또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데다 미국 대선 후폭풍으로 대내외여건이 급속히 악화된 탓이다. LG-SK 뿐 아니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도 두 차례 연기됐다.
ITC가 또 다시 판단을 유보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양사 모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양사 모두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막강한데다 중장기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소송 리스크를 하루 빨리 덜어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예비결정에 이어 조기패소가 확정될 경우 배터리 소재를 원칙적으로 미국에 수출할 수 없다. 현재 건설중인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역시 가동에 제한을 받게 된다.
조지아 1공장은 2022년 1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으로, 정상 가동을 위해서는 하루 빨리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ITC가 예비결정을 뒤집고 수정(Remand) 지시를 내리거나 추가 조사 개시 명령을 할 수도 있다. 수정 지시의 경우 소송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추가 조사 시엔 미국 주·시정부 등이 공청회를 열고 SK이노베이션 물량 수입금지 여부를 따져보게 된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ITC가 조기 패소 판결을 뒤집은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양사 모두 중장기 투자가 시급한데다 한쪽이 치명타를 입는 시나리오를 원하지 않는 점 등으로 미루어 막판 합의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선결 조건인 합의금 액수와 납입 방법 등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심사도 코로나 확산세로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EU의 반독점 규제기관인 집행위원회는 양사 기업결합 심사를 코로나 등을 이유로 세 번이나 일시 유예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EU,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6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으며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업계는 EU의 승인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핵심 선주들이 포진된 EU의 결론은 다른 심사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EU는 대우조선 인수 시 현대중공업의 시장점유율이 21%로 커지는 점 등을 우려하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시장의 독점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현대중공업은 EU 심사 통과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업결합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최대 매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도 추진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 국내외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기업결합심사절차를 밟아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인수전에 참여한 현대중공업지주는 경쟁사 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 데다 자금 조달 계획, 향후 운영 방안 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두산인프라코어까지 손에 넣게 될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연스레 내년 대우조선-두산인프라 기업결합 심사 완료를 위해 매진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 확산세는 주요 변수로, 현대중공업그룹과 인수 기업들간 기업결합 승인은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변수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심사·소송전도 일정을 확신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며 "결론이 지연될수록 관련 비용이 증가해 기업 부담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