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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삼성생명 중징계' 결정 파장…"법원 판결도 뒤집는다"


입력 2020.12.04 14:16 수정 2020.12.04 14:17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대법원 '적법하다'했는데…제재심서 '기관경고' 중징계 논란

소비자보호 명분 '갑질 제재' 지적 "금감원은 법 위에 있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019년 3월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방지 앱 시연·대출사기문자 방지 AI 알고리즘 전달 행사'에서 보이스피싱 방지 앱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요양병원비 미지급'과 관련해 삼성생명에 중징계를 내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제재가 윤석헌 금감원장의 전결로 확정되면 삼성생명은 향후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하지 못하게 된다. 당장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삼성생명은 신사업 진출에 차질을 빚게 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3일 제재심을 열고 삼성생명에 기관경고 및 임직원 감봉3월·견책 등을 조치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제재 조치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암 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해 받는 치료가 약관상 보험금 지급 사유인 '직접적인 암 치료'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암의 직접적인 치료와 연관이 없는 장기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모든 요양병원 입원을 '직접적인 암 치료를 위한 입원'으로 간주해 일괄 지급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감원 제재심은 삼성생명이 보험업법 127조3항의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중징계를 결정했다. 삼성생명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채 치료를 받은 암환자들에게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보험약관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법원의 판단을 뒤집는 결정이라는 점이다. 대법원은 지난 9월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의 공동대표인 이 모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암 보험금 청구 소송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으로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은 법원 판단이 개별 사례에 대한 것일 뿐 일반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대법원의 판결까지 뒤집으며 제재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금감원 제재심은 대법원 판결 위에 있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금융권 '윤석헌 무리수'에 난감…"일관성만 있어도 좋겠다"


법을 넘어선 금감원의 제재 문제가 도마에 오른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감원은 올해 초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도 금융사 임원들을 무리하게 문책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렸다.


당시 금감원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등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렸지만, 행정법원은 "추상적·포괄적 사유만 제시해 구체적·개별적인 기준이 없다"며 월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보험사들은 이번 논란이 확산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보험료는 꼬박꼬박 받아가며 보험금 지급에는 소극적'이라는 부정적 여론의 굴레를 쓴 보험사 입장에선 하소연할 곳도 없다.


단순히 보험금 지급 여부를 떠나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버티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등 이미지 타격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결정과 관련한 기사와 온라인 게시판 등에는 "보험사가 도둑놈이다", "책임과 의무를 저버렸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넘치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윤석헌 원장 취임 후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법원의 결정을 뒤집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 고위관계자는 "바라건대 당국의 예측가능한 일관된 판단만 있어도 좋겠다"면서 "원칙을 따지고 싶어도 기업의 신뢰와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이 걱정돼 결국은 주저앉게 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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