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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수능 후 전세 풀린다? 옛말"…가격 급등에 눌러앉는 맹모들


입력 2020.12.04 06:00 수정 2020.12.03 16:11        황보준엽 (djkoo@dailian.co.kr)

"수능 끝나고 학군 세대교체 분위기, 올해는 달라"

예년 보다 전세 매물 줄고 호가는 고공행진

2달전 보다 3억~4억원 오른 전셋값에 수요자 '뜨악'

3일 찾은 은마아파트 단지의 모습.ⓒ데일리안 황보준엽 기자

"수능이 끝난 후 전세 매물이 돈다는 것도 다 옛말이 됐다. 나가봐야 갈 곳도 마땅치 않을 텐데, 계약을 연장하려하지 않겠냐. 매물이 많아져야 우리도 거래를 좀 할 텐데 걱정이다."


지난 3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하소연을 늘어놨다. 그동안은 떠나는 학군 수요들로 새 학기 시작 전 전세 거래가 활발했었지만,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거래가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였다.


보통 매년 수능 전후로 전세매물이 돌기 시작한다. 더 이상 학군지에 있을 필요가 없어진 맹모(孟母)들이 떠나기 때문이다. 이들 간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도 이때 빈번히 발생한다.


그러나 이날 만난 중개업자들은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임대차법으로 인해 전셋값이 급등하자 '나가봐야 갈 곳이 없다'는 우려가 세입자들 사이 자리 잡으면서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2년 전 전셋값으로는 사실상 강남권 내로 이주는 불가능하다.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래 이맘때쯤 집주인한테 전세를 내놓는다는 연락이 조금 오는 편인데 잠잠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략 2년 전에 은마에 전세로 들어왔다고 치면 당시 전셋값이 5억원 대 중반이었다. 근데 이젠 이 돈을 가지고 어딜 갈 수 있겠냐"며 "원래라면 수능이 끝나고 나갈 이들도 안 나가고 버틸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돌아본 대치동의 부동산 중개업소 3곳 모두 전세 물량이 예년에 비해 적은 편이라고 했다.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붙은 은마 전세 시세표.ⓒ데일리안 황보준엽 기자

매물이 줄자, 호가는 치솟았다. 중개업소 외벽에 붙은 시세표에는 은마 전용면적 76㎡가 8억~9억원 중반대, 전용 84㎡는 10억원대로 적혀있었다. 지난 10월 있었던 10억원의 전세 신고가 거래가 일종의 이정표가 됐다고 한다. 불과 2달여전만 하더라도 76㎡는 4억~5억원대에 84㎡는 6억원 중반이면 전세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급등한 시세를 실감하지 못한 탓인지 몇 달 전 거래금액으로 전세를 찾는 문의가 많았다.


중개업소 취재를 다니며 가장 많은 들은 소리는 "6억원대 매물은 없습니다", "수능 끝나고 일부 매물 풀린다고 해도 가격 조정은 안 될 거예요"였다. 중개사들은 휴대전화에 또는 유선전화에 대고 연신 같은 말만 반복했다.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나마 은마가 전세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은마 위주로 전세를 물어보는 문의가 많다"며 "하지만 가격을 들려주면 전부 '뜨악'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서울 내 주요 학급지 중 하나로 꼽히는 목동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나마 강남권 보다 상황은 나았지만, 가격이 2배 가까이 뛰었다. 목동신시가지2단지 전용 65㎡는 집주인이 전세가로 7억5000만원을 부르고 있다. 매물도 하나뿐이다. 지난 10월만 해도 비슷한 층의 매물이 4억4100만원에 전세 계약된 바 있다.


양천구 목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매물의 경우 신시가지에서 어느 정도 수급이 가능하지만 가격대가 많이 올랐다"며 "예전 가격 생각하고 와서 가격 확인 후 놀라는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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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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