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나고 학군 세대교체 분위기, 올해는 달라"
예년 보다 전세 매물 줄고 호가는 고공행진
2달전 보다 3억~4억원 오른 전셋값에 수요자 '뜨악'
"수능이 끝난 후 전세 매물이 돈다는 것도 다 옛말이 됐다. 나가봐야 갈 곳도 마땅치 않을 텐데, 계약을 연장하려하지 않겠냐. 매물이 많아져야 우리도 거래를 좀 할 텐데 걱정이다."
지난 3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하소연을 늘어놨다. 그동안은 떠나는 학군 수요들로 새 학기 시작 전 전세 거래가 활발했었지만,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거래가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였다.
보통 매년 수능 전후로 전세매물이 돌기 시작한다. 더 이상 학군지에 있을 필요가 없어진 맹모(孟母)들이 떠나기 때문이다. 이들 간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도 이때 빈번히 발생한다.
그러나 이날 만난 중개업자들은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임대차법으로 인해 전셋값이 급등하자 '나가봐야 갈 곳이 없다'는 우려가 세입자들 사이 자리 잡으면서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2년 전 전셋값으로는 사실상 강남권 내로 이주는 불가능하다.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래 이맘때쯤 집주인한테 전세를 내놓는다는 연락이 조금 오는 편인데 잠잠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략 2년 전에 은마에 전세로 들어왔다고 치면 당시 전셋값이 5억원 대 중반이었다. 근데 이젠 이 돈을 가지고 어딜 갈 수 있겠냐"며 "원래라면 수능이 끝나고 나갈 이들도 안 나가고 버틸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돌아본 대치동의 부동산 중개업소 3곳 모두 전세 물량이 예년에 비해 적은 편이라고 했다.
매물이 줄자, 호가는 치솟았다. 중개업소 외벽에 붙은 시세표에는 은마 전용면적 76㎡가 8억~9억원 중반대, 전용 84㎡는 10억원대로 적혀있었다. 지난 10월 있었던 10억원의 전세 신고가 거래가 일종의 이정표가 됐다고 한다. 불과 2달여전만 하더라도 76㎡는 4억~5억원대에 84㎡는 6억원 중반이면 전세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급등한 시세를 실감하지 못한 탓인지 몇 달 전 거래금액으로 전세를 찾는 문의가 많았다.
중개업소 취재를 다니며 가장 많은 들은 소리는 "6억원대 매물은 없습니다", "수능 끝나고 일부 매물 풀린다고 해도 가격 조정은 안 될 거예요"였다. 중개사들은 휴대전화에 또는 유선전화에 대고 연신 같은 말만 반복했다.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나마 은마가 전세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은마 위주로 전세를 물어보는 문의가 많다"며 "하지만 가격을 들려주면 전부 '뜨악'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서울 내 주요 학급지 중 하나로 꼽히는 목동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나마 강남권 보다 상황은 나았지만, 가격이 2배 가까이 뛰었다. 목동신시가지2단지 전용 65㎡는 집주인이 전세가로 7억5000만원을 부르고 있다. 매물도 하나뿐이다. 지난 10월만 해도 비슷한 층의 매물이 4억4100만원에 전세 계약된 바 있다.
양천구 목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매물의 경우 신시가지에서 어느 정도 수급이 가능하지만 가격대가 많이 올랐다"며 "예전 가격 생각하고 와서 가격 확인 후 놀라는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