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재난지원금 공감대 형성에도
재원 마련 방안 놓고 이견 못 좁혀
예산 처리 올해도 데드라인 넘길 듯
6년 연속 지각 처리에 심각성 대두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 이틀 남았다. 3차 재난지원금 소요 예산이 변수로 등장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여파로 정국이 얼어붙으면서 올해 역시 데드라인 안에 예산안을 처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이때마다 산적한 현안 처리에 밀려 예산안의 지각 처리가 반복되면서 정계 안팎에선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고질적인 폐단이 됐다는 따끔한 지적도 나온다.
올해엔 달라질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 지키기 어려울 듯
野 "순증하면 국가 재정건전성 더 악화돼"
정치권에 따르면 본예산 편성으로 가닥이 잡힌 3차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여야가 의견대립을 빚고 있다. 지난 29일 국회 예결위 여야 간사인 박홍근·추경호 의원이 비공개로 만나 3차 재난지원금 예산 관련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4조원 안팎의 재난지원금을 소상공인 등에 선별 지원하려면 2조원 안팎의 국채 발행을 통한 예산 순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556조원 규모로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558조원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전세 등 서민 주거 예산, 탈 탄소 이행 가속화를 위한 예산 등을 포함한 증액 예산도 있는 상황이라 추가 예산 순증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반면 당초 재난재원금의 운을 띄운 국민의힘은 예산 순증은 안 되고 당초 계획한 범위 내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슈퍼예산으로 국가 재정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에서 예산을 순증하면 재정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다.
국민의힘이 제안한 방법은 '한국판 뉴딜' 예산을 50% 이상 삭감해 재난지원금 3조6000억원을 비롯한 11조원 안팎의 민생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한국판 뉴딜 예산을 감액하면 최소 10조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재원 마련 방법론을 놓고 여야 갈등이 고조되면서 법정 처리 시한 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추경호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3차 재난지원금이든, 백신 예산이든 당초 짠 예산안에서 마련하자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여야 입장차만 확인하고 있다"며 "556조원 규모의 사상 초유의 예산안을 편성한 만큼 더 이상의 국채 발행은 안 된다"고 못박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처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도 예산안 처리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최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가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민주당은 법을 바꿔서라도 연내에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결사 저지를 천명한 상태다.
국회 예산안, 5년 연속 처리시한 넘겨
소소위 밀실 심사, 깜깜이 심사가 화근
산적한 국정 현안에 밀린 적도 부지기수
2014년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내달 2일까지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의 예산안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국회는 이 제도가 도입된 2014년을 제외,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처리 시한을 넘겨오면서 헌법에 명기된 '처리 시한'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작년에는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앞두고 이른바 '소(小) 소위' 구성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충돌로 국회 예산소위가 멈춰섰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소소위 구성과 국민의 지탄 대상인 밀실 심사, 깜깜이 심사가 화근이었다.
산 넘어 산이었다. 이른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정국에 따른 여야의 벼랑 끝 대치가 계속되면서 결국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겼다.
2018년 역시 여야 3당 원내대표 간 막판 협상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법정 처리 시한 내 합의에 실패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지원 문제를 두고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야당에서는 정부의 무차별적 퍼주기 예산이 중장기적으로 나라 곳간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예산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되자 "정부·여당이 미래세대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포퓰리즘 예산안에 대해 야당과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정부 예산안이 법정 시한 내 처리되지 못하자 "매우 안타깝다"며 "국민 걱정이 클 것"이라고 걱정을 드러냈다.
한 정계 관계자는 "여야가 제시한 금액의 차이는 크지 않기 때문에 어느 선에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재원 마련 방법론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며 "올해엔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재난지원금이라는 변수가 작용했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도 현재 얼어붙은 정국을 고려하면 어떤 형식으로라도 갈등이 일어나며 예산안 편성에 어려움을 직면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