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 및 '분리막' 등 신사업 안착에 속도낼 듯
롯데그룹의 화학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교현 BU장(사장)이 유임됐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개발과 국내외 기업들과의 합작회사 설립 등 롯데케미칼의 재도약을 이끌 중임을 부여받았다.
롯데그룹은 26일 롯데지주를 비롯해 유통·식품·화학·호텔 부문 35개사 계열사의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예년 보다 약 한달 가량 앞당겨 실시됐다. 코로나19 등 대내외 환경이 매우 불확실해진 가운데 내년도 경영계획을 조기 수립하고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다.
화학 부문 인사에선 롯데케미칼 대표를 맡고 있는 김교현 사장이 재신임됐다. 롯데케미칼의 내실 안정은 물론 외형 성장을 위해 역할을 더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올해 초 대산공장 화재사고 및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감소로 큰 악재를 맞았다.
1분기 8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한 바 있다. 2분기엔 329억원, 3분기엔 1939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연간 기준으로 작년(1조1073억원) 수준의 절반도 달성하기 힘들다.
그간 롯데케미칼은 본업인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전략을 주로 구사해왔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범용 제품군 가격이 미끄러졌고 롯데케미칼의 실적 역시 곤두박질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사업구조 한계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경영환경을 조기 안정화해야 하는 과제들을 안고 있다.
이를 위해 롯데케미칼은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분리막'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6일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분리막 판매량은 연 4000t, 매출액 100억원 정도이나 2025년까지 10만t, 2000억원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현재 설비 투자가 한창 진행중으로, 내년 상반기부터는 글로벌 시장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 대산공장 정상화도 앞두고 있다. 지난 3월 나프타분해설비(NCC)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약 2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롯데케미칼은 연내 재가동되면 내년부터 기저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단독 회동하면서 새로운 협력 모델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25일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의왕사업장에서 정 회장을 만났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부문은 고부가합성수지(ABS), 스티로폼(EPS) 등 스티렌계 수지와 폴리카보네이트(PC), 고기능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자동차 내·외장재로 쓰이고 있어 현대차와 향후 협업할 가능성이 있다. 강도는 높으면서 철강 보다 가벼운 만큼 친환경차에 활용될 여지가 크다는 진단이다.
이처럼 재도약이 시급한 롯데케미칼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화학 분야에 다방면의 경험을 두루 갖춘 김 사장의 역할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사장은 1984년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해 입사해 사장까지 오른 정통 '화학맨'이다.
말레이시아 화학사인 LC타이탄 인수와 실적 개선으로 2014년 타이탄 대표에 올랐고 이후 2017년엔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지난해부터 롯데그룹 화학부문 BU장 겸 롯데케미칼 대표를 맡고 있다.
김 사장은 기초소재사업 대표이사에 내정된 황진구 부사장을 비롯해 첨단소재사업 대표인 이영준 부사장과 협업해 '스페셜티' 발굴에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