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에 연말까지 석유제품 수요 부진 전망
정유사, 가동률 하향 조정에 수익성 축소될 듯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1달러 내외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4분기에도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이 힘들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에 수요 개선 기대감이 커졌지만 아직까지도 석유제품 수요가 부진한데다 미국·유럽 등을 중심으로 오히려 확진자수가 급증하고 있어 연말까지 수익성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11월 둘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3달러를 기록하며 전주 보다 0.2달러 상승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현재 수준의 정제마진으로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월 평균 기준 올해 3월까지 플러스를 나타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락하면서 7월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8월부터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11월 현재까지 1달러 내외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이 요원한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가중으로 석유제품 가격은 더 떨어졌다. 휘발유 크랙(원유가격과 제품가격간 차이)은 13일 기준 배럴당 1.8달러대로 폭락했다. 9월 휘발유 크랙이 평균 4.2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뼈아픈 수치다.
국제유가도 아직까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에 유가는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40달러 초반 내외 수준으로, 확실히 반등했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정유업계는 다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그간 부진했던 항공유, 휘발유 등 연료유 수요가 회복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석유제품 수요 증가는 관련 제품가격 및 정제마진과 직결된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은 정유사들에게 당장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중기 호재들로, 연말까지는 코로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미국·유럽 등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봉쇄령을 다시 시행하거나 봉쇄 범위를 넓히고 있다. 뉴욕시 공립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됐고 미국-캐나다-멕시코 국경 이동제한 조치는 연장됐다.
글로벌 수요 부진에 국내 정유사들은 4분기 역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증권가에선 SK이노베이션의 연결 기준 4분기 영업손실 추정치(컨센서스)가 8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쓰오일도 4분기 59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3분기 1581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에쓰오일은 4분기 전망과 관련해 "동절기를 앞두고 등유 및 경유 수요 증가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개선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백신 개발 등은 정유업계 수급 개선에 분명 호재이지만 직접적인 수혜를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악의 적자를 낸 상반기 보다 정제마진이 느리게나마 개선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