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나스닥 '초과 상승' 이끈 플랫폼 기업 새로운 가치분석 요구돼
성숙 단계 접어든 소비재 기업 PER 시계열 분석 참고해 기대수익 도출을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지난 10여 년간 가장 눈부신 주가 상승세를 보인 나라를 꼽는다면 단연코 미국이다. 지난 10일 기준, 과거 10년 동안 나스닥 시장은 코스피 시장과 비교해서 10배 이상 올랐고, 중국 상해 주식시장과 대비해서 50배 넘게 상승했다. 주가지수 비교인데도 개별 기업처럼 그 격차가 대단하다. 미국 내에서도 거래소별로 차이가 크다. 같은 10년 동안 다우와 S&P 500은 각각 158%, 192% 상승한 반면, 나스닥은 358%나 올랐다. 그 나스닥 시장 상승의 주역들은 당연히 애플, 아마존과 같은 모바일 플랫폼 기업들이다.
이러한 모바일 플랫폼 기업들의 공통점은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MDN)라는 제4의 생산요소를 활용한 기업들이다. 전통적 생산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과는 확연히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소유가 아닌 활용을 특징으로 하고 한계 생산성은 줄지 않고 오히려 체증하며, 승자독식을 통해 몸집을 거침없이 불려 나간다. 결국 창업한 지 20년밖에 안 되는 이들 기업들이 100년 기업들의 고개를 숙이게 한 것이다. 당연히 모바일 플랫폼 기업들은 투자자들이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투자자로서 어떻게 해야 하나? 이들 기업들의 주식이 있든 없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가치기준으로 보면 결코 싸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으로 PER이 90배나 되는 아마존을 선뜻 사는 것은 쉽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자니 고민스럽다. 어쩌면 10년 전, 아마존 PER이 70배를 넘었을 때에도 똑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물론 그때 사서 지금까지 갖고 있다면 20배 넘는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고민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어왔다. 2000년대 닷컴 버블 때에는 매출에 초점을 둔 주가매출비율(PSR)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시장점유율과 미래 매출까지 고려한 주가꿈비율(PDR)이라는 개념까지 고안해냈다. 아이디어는 기발하지만 적절한 가치평가 방법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많이 든다.
나 또한 이들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가치평가는 사회과학의 영역이니 정답은 없겠지만, 이론적으로 세 가지를 알면 투자의 기대수익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성숙기 때의 PER 배수이다. 기업은 사람처럼 라이프사이클을 따른다고 본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성숙기를 지나 쇠퇴한다. 각 단계마다 길이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그 전개되는 양상들은 별반 차이가 없다. 일반적으로 성장이 멈춘 성숙기는 상당 기간 지속되고 이익 규모도 크다. 그렇다면 성숙기 때의 PER을 그 기업의 장기적, 균형적인 PER로 간주해도 큰 무리는 없겠다는 생각이다.
둘째는 현재부터 성숙기 때까지 기업이익의 증가분을 아는 것이다. 그 증가분의 크기는 잠재수요와 시장침투 기회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셋째는 현재 PER이다. 나는 이들을 활용해 다음과 같은 산식(성숙기 PER/현재PER × 기업이익의 증가분)으로 기대수익을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PER이 30배이고 성숙기 때 PER이 30배라고 가정하면, 기업이익의 증가분이 2배라고 할 때 기대수익은 현재 대비 2배가 될 것이다.
사실 위 세 가지 중에서 현재 PER만 알 수 있고 나머지는 통찰과 관점이 필요하다. 나는 플랫폼 기업들의 성숙기 PER을 유추하기 위해 좀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한다. 즉, 플랫폼 기업보다 낮은 PER을 부여 받는 비플랫폼 기업을 적용하는 아이디어이다.
예를 들어 P&G와 맥도날드처럼 소비재 기업으로서 성숙기 단계에 접어든 회사들을 참고하는 것이다. 현재 이들 기업의 PER은 25~30배 수준인데, 이를 근거로 플랫폼 기업의 성숙기 PER을 유추하면 최소한 30~35배 그 이상은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 애플이나 알파벳 등 플랫폼 기업들의 현재 PER은 30~35배 수준인데, 상당히 근거 있고 그 가치는 적정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기업이익의 증가분은 현재부터 성숙기까지의 이익을 추정하는 것이다. 모바일 플랫폼 기업의 경우 잠재수요와 시장침투 기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익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그 예로 아마존을 들 수 있다. 아마존은 현재 90배 가까운 PER을 부여받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미래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큰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만든 산식에 의하면, 아마존의 현재 PER이 90배이고 성숙기 PER을 30배라 할 때, 현재 높은 PER이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미래이익의 증가가 최소 3배 이상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좀 복잡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모바일 플랫폼 기업의 가치 평가와 관련해서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한 가지만 분명히 기억하자. 모바일 플랫폼 기업의 미래가치는 제4의 생산요소인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 활용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 기초 속에서 수많은 데이터를 먹잇감으로 하는 산업이 놀라운 혁신을 만들 것이다. 그 엄청난 데이터의 활용이 어떻게 삶을 바꿔나갈지 눈여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것이 시가총액 1000조원 기업이 2000조원, 3000조원이 될 것인가?”아니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가?”를 가늠하는 핵심 단초가 될 것이다.
글/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