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원·김경수·홍순탁 등으로 전문심리위원회 구성 마쳐
2월 출범 이후 성과 평가 이뤄질 듯...검찰·변호인 공방도
지난 2월 삼성의 준법경영을 기치로 출범한 준법감시위원회가 9개월여만에 외부 평가를 받게 됐다.
3인의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회가 준법감시위원회의 성과와 실효성을 평가하게 되면서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특히 이번 평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양형에 반영될 수 있어 평가 결과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9일 오후 2시5분부터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서관 3층 303호 소법정에서 진행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와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및 금융연대 위원)을 전문심리위원으로 선임했다.
이번 공판에 앞서 변호인단에서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역임한 김 변호사를, 특검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처음 제기한 홍순탁 회계사를 후보자로 각각 추천했는데 재판부가 양측 추천 후보들을 모두 수용한 것이다.
앞서 재판부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심리위원을 지정한 바 있어 3인의 외부인사들로 전문심리위원회가 구성됐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운영의 실효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재판부·특검·변호인측이 1명씩 추천해 총 3명으로 전문심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바 있다.
전문심리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위원들은 10일 첫 모임을 갖고 향후 활동 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 재판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현장 방문과 관계자 면담 등을 추진할 예정으로 이들은 준법감시위가 객관성과 중립성을 담보해 실효성 있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특히 이들의 평가 의견은 재판부에게 전달돼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양형을 결정하는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미 삼성 준법감시위 운영에 대한 평가를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어 이번 외부 인사들의 평가는 더욱 중요해졌다.
재판부는 지난 10월 파기환송심을 시작하면서 삼성에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주문했고 삼성은 이에 지난 2월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 등 7개 주요 계열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준법감시위를 공식 출범한 바 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출범 1년도 채 안돼 삼성 주요 계열사들의 준법 경영을 강화하는 토대를 마련했고 노사문제, 경영권 승계, 시민사회 소통 등에 있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끌어 냈다.
츨범 한 달여만에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삼성의 사과와 함께 전향적 접근을 요구했고 이는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경영권을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고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이끌어내는 성과로 이어졌다.
다만 재판부는 이와 관련 이날 공판에서 “준법감시위의 실효적 운영은 고려할 수 있는 양형조건 중 하나일뿐”이라며 “이것이 유일한 조건이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볼수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전문심리위원 구성을 놓고 특검과 변호인단 모두 반대의견을 제시하면서 공방이 가열됐다.
특검은 김 변호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회계 부정 사건에 연루된 회계법인을 변호하는 등 수사 과정에 참여해 온 만큼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홍 회계사가 이 사건의 고발인인 참여연대 구성원 중 한명으로 삼성측에 편향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 온 터라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인 인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특히 특검은 재판부가 김 변호사를 전문심리위원으로 선정한 것을 두고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면서 재판부가 재판 도중 휴정을 선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특검측의 이의 제기가 지속되자 “전문심리위원회는 재판부의 보조기관으로 구성은 재판부의 직권 사안”이라며 “우리가 특검과 변호인단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이어 “전문심리위원들이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지위에서 평가를 해야하기 때문에 재판부도 관여하지 못한다”며 “이는 특검과 변호인단도 마찬가지로 전문심리위원과 접촉하고 영향을 주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 공판 기일을 오는 23일로 잡고 공판 절차 갱신에 따른 양형 반영을 위한 서증(증거)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 이후 재판부 구성이 바뀌었기 때문에 공판 갱신 절차를 해야 하는데 항소심 이후 제출된 증거에 대해 다시 기일을 잡아 서증조사를 해야 한다는 특검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수용한 것이다.
공판은 같은 시간과 장소인 오후 2시 5분 서울고법 서관 3층 303호 소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어 30일에 추가 공판을 열고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다만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 일정과 계획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 후 다음 공판 기일에 이를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