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로 스크린에 첫 주연에 도전한 정수정과 신예 최하나 감독이 이혼 가정의 편견을 뒤집는다.
3일 오후 서울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애비규환'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 정수정, 장혜진, 최덕문, 이해영, 강말금, 신재휘, 최하나 감독이 참석했다.
기자간담회는 '애비규환' 관계자가 "고(故) 박지선 씨 명복을 빈다.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하겠다"고 말한 후 시작됐다.
'애비규환'은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서는 코믹 드라마다.
최하나 감독은 "학생 시절에 어떤 영화를 만들지 고민하던 중, 나의 가족과 주변 가족들의 속내를 들어가보면 어떨까 싶어 도전하게 됐다. 가족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의 공감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이혼 가정에 실패한 결혼이란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데, 저는 오히려 자기 삶의 오류를 인정하고 고치기로 결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혼한 사람들도 불행하지 않고 행복한 사람으로 바라봐줬으면 했다"고 '애비규환'을 기획한 의도를 밝혔다.
최 감독은 '애비규환' 제목에 대해 "아빠들이 나오는 소동극이란 설정만 있을 때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 시나리오 수업을 듣다가 친구들과 영화 제목을 패러디해보자 싶어서 '아비정전'을 '애비정전'으로 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장난같았다. 그래서 '아비규환'을 '애비규환'이라고 고쳐봤다. 그것보다 더 좋은게 떠오르지 않았다"고 탄생 배경을 전했다.
정수정은 '애비규환'을 통해 첫 스크린 주연을 맡았다. 그는 극중 토일 역을 맡아 임신 5개월의 임산부를 연기했다. 정수정은 "제 첫 영화다. 평소에도 영화를 너무 좋아했다. 너무 멋진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게 돼 영광이었고 매 순간 즐거웠는데, 그 모습이 다 스크린에 드러난 것 같다"고 주연을 맡은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임산부 캐릭터를 제안 받았을 때 한숨을 쉬었다. 너무 큰 도전이라 망설여졌다"면서도 "제가 대본을 한 번에 읽고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만큼 대본이 재미있었다. 여름 날씨에 배를 차고 촬영해야 해서 힘들었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모든게 즐거웠다. 토일은 굉장히 당당하고 자신을 많이 믿는다. 요즘 여성의 모습을 담은 것 같다. 공감도 많이 갔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최하나 감독은 "에프엑스 크리스탈 이미지가 강렬했지만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연기를 좋아했다. 정수정이 코미디 연기를 잘 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첫 미팅 때 걸어들어오는 순간 저 사람이 토일이란 캐릭터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정수정에게 '애비규환' 시나리오를 건넨 이유를 말했다.
정수정과 모녀 호흡을 맞춘 장혜진은 "정수정은 진취적인 배우다. 어려운 촬영이 와도 '해보죠', '어떻게 해야하죠'라면서 꺼리지 않는다. 그런 면이 저의 새로운 마음을 불러일으켰다"면서 "예뻐서 뚫어지게 쳐다본 적도 있었다. 정말 모녀같이 친하게 지냈다"고 칭찬했다.
최덕문은 토일이의 계부, 이해영은 토일이의 친아빠로 등장한다. 특히 최덕문은 한문선생님 설정으로 정수정과 사자성어를 빠르게 주고 받으며 대화해 눈길을 끌었다. 최덕문은 "사자성어는 감독, 피디님의 아이디어로 완성됐다고 하더라. 굉장히 빠르게 주고 받아야 해서 어려웠지만 만화적인 부분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점에 주안점을 뒀다"고 연기하며 신경 쓴 부분을 언급했다.
이해영은 "대본에 충실한 연기를 했다. 사투리를 한 번도 안써봐서 걱정이 됐는데 감독님 고향이 대구라,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첫 사투리 연기를 한 기분을 전했다.
최하나 감독은 토일이의 현재 부모님과 친아빠의 설정을 모두 교사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실제로 저희 부모님이 교과목은 다르지만 선생님이다. 그 직업군에 대해 알아보기가 용이했다"고 현실적인 부분을 말하면서도 "새 아빠라 다가가기 어려운데, 거기에 한문교사란 설정까지 있으면 훈장같아서 더 거리감이 느껴질 것 같았다. 그렇게 설정하면 서먹한 새아빠와 딸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아빠의 교과목은 기술가정인데, 가정을 버리고 떠난 친아빠가 가정을 가르친다는 설정이 재밌을 것 같았다. 영화에서 소개되지 않았지만 엄마는 사회과목 교사다. 토일 엄마의 냉철한 면모가 드러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애비규환'은 토일의 두 아빠들 소동극처럼 보이지만 결국 토일과 엄마가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최하나 감독은 "아빠를 찾아가며 겪는 여정에서 항상 엄마가 곁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토일과 엄마가 항상 티격태격 하며 싸우지만 모든 모녀의 모습이 그럴 것이라 본다"고 다시 한 번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했다. 11월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