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올 3분기 당기순이익 3조5512억원…1년전 대비 9.4%↑
배당 자제령·코로나에 작년 수준 유지…“중장기적 배당성향 확대”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도 올 3분기 호실적을 거두자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주주환원과 저평가된 주가 방어를 위해 배당 확대를 검토 중이지만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신중한 모습이다. 올해에는 배당성향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고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올 3분기 약 3조551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작년 같은 기간 3조2439억원 9.4% 증가했다.
금융지주사별로 보면 신한금융(1조1447억원)과 KB금융(1조1666억원)은 3분기에만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며 분기 순익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1년 전에 비해서는 각각 16.6%, 24.1% 늘었다.
하나금융은 3분기 당기순이익으로 7601억원을 거둬들였다. 전년 동기(8360억원) 대비 9% 줄었지만 누적(2조1061억원) 기준으로는 3.2% 상승했다.
3분기 순이익으로 4798억원을 거둬들인 우리금융 역시 전년 동기(4860억원)보다 1.13% 감소했지만 코로나19 사태 관련 충당금을 대거 적립하며 1000억원대의 순이익을 올린 전분기(1424억원)와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이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하자 시장에서는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중장기적으로는 배당성향을 높일 계획이지만 당분간은 신중모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을 무시한 채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 및 실물경제 위축 등의 이유로 배당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일단 금융지주사들은 올해에는 배당을 작년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 된 컨퍼런스콜에서 “주주배당은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 공격적 배당 확대는 어려울 수 있고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계적으로 배당성향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B금융의 지난해 주당 배당금은 2210원이었고 배당성형은 26%였다.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하는 하나금융도 단기간 내 분기배당이 실현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후승 하나금융 재무총괄은 “낮은 수준의 주가를 볼 때 분기배당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코로나19 등 대외경제환경의 다양한 변수가 남아있어 분기배당을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 분기배당을 심각하게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1주당 결산 배당금은 1600원인데 이미 지급된 중간배당(500원)을 더하면 2100원 현금배당이 이뤄진 셈이다. 배당성향은 25.8% 수준이었다.
신한금융은 분기배당을 위한 정관 변경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분기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용훈 신한금융 부사장(CFO)은 “9월 말 보통주자본비율이 12%에 도달해 보다 적극적인 수익성장과 주주환원이 가능하다”며 “올해 말 경상이익이 전년 수준 정도를 시현한다면 전년 수준의 주주배당금(1850원)을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당 여력은 충분하지만 금융당국과의 마찰 우려 등으로 쉽지 않다”며 “당장에는 공격적인 배당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