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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시대 개막②] 총괄2년 위기돌파 리더십 입증…‘혁신경영’ 신호탄


입력 2020.10.14 09:51 수정 2020.10.14 10:09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코로나19·미중분쟁·보호무역 ‘역대급’ 대외악재 선방…‘실적으로 말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신임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현대자동차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신임 회장은 재작년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은 뒤 잇따른 ‘역대급’ 대외악재를 성공적으로 돌파하며 재계 안팎으로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글로벌 정세 속에서 이번 정 신임 회장 승진은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체제'를 공식화하고, 위기돌파 리더십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 신임 회장은 재작년 수석부회장에 취임하자마자 혹독한 데뷔 무대를 치렀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 2분기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큰 폭의 적자를 냈고 다수의 최고경영자들은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었다.


독일 다임러는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이 한화로 약 2조3000억원에 달했고, 미국 포드는 약 2조3000억원, GM은 약 9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산은 약 3조2000억원의 적자를 봤고, 혼다도 9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현대차는 5903억원, 기아차는 1451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현대차는 52.3% 줄었고, 기아차는 72.8% 감소했지만 꽁꽁 얼어붙은 글로벌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는 현대자동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신종 코로나19 사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며 1조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나아가 올해 4분기에 이어 내년에도 괄목할만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잇따른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비상상황에서 정 신임 회장의 과감한 위기돌파 리더십이 결과로 증명되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신임 회장이 지난해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 신임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았던 2018년은 이미 미중 무역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악재가 겹겹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또 브렉시트, 중동정세 악화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까지 더해지며 세계 자동차 시장은 더욱 위축됐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사드 사태를 무역장벽으로 교묘히 이용해 현대·기아차의 공백을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로 만들었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해외시장 판매는 하락세였고, 2017년 4조5747억원이던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8년 2조4222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정 신임 회장은 침착하게 위기 돌파에 나섰다. 현지 경영진을 재정비하고, 불매운동 등 급격한 판매 위축으로 무너진 딜러망을 재건하고, 일부 잉여 설비에 대해서는 폐쇄·매각·용도변경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 소요를 줄였다. 중국 특화모델을 출시하고 현지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해 중국 소비자들로부터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성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정 수석부회장 총괄 임명 첫 해인 2018년 현대·기아차는 전세계 시장에서 각각 1.8% 및 2.4%의 판매 성장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2018년 2조4222억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을 지난해 3조6055억원으로 끌어올렸고, 같은 기간 기아차는 영업이익이 1조1575억원에서 2조97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신임 회장. ⓒ 현대자동차그룹

정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정착된 유연한 조직문화도 수익성 개선에 한몫 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당시 정 신임 회장은 수평적인 문화 정착을 위해 자율복장 도입과 직급체계 축소 호칭 간소화를 단행했다.


임원 직급에서 이사 대우와 이사, 상무 직급을 상무로 통합한 데 이어 직원 호칭도 기존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5단계에서 매니저와 책임매니저 2단계로 축소했다.


또 전문경영인 부회장 5명 중 4명을 교체하고 고령의 경영진을 50대 중후반 및 60대 초반 사장들로 교체하는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40대 임원은 2년 전 20여명에서 60여명으로 3배가량 늘었고 여성 임원도 2명에서 13명까지 늘었다.


과거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보여줬던 ‘순혈주의’도 타파했다. 경쟁사인 포스코 출신 안동일 전 포항제철소장을 현대제철 생산기술 담당 사장으로 영입한 게 대표적인 예시다. 계열사를 거치면서 보여줬던 ‘해외 경쟁사 인재 중용’도 그룹 총괄을 맡으면서 가속화됐다는 평가다.


업계는 14일 정 신임 회장의 승진을 계기로 수석부회장 총괄 임명당시 선보인 혁신 경영에 한 층 더 속도가 붙고 스마트모빌리티·미래차·수소산업 분야로의 신속한 체제전환을 펼쳐 미래 먹거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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